[하루천자]베테랑의 몸<3>-안마사

조인경 2023. 9.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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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베테랑의 몸>에 등장하는 베테랑들은 오랜 기간 일하면서 생긴 신체의 변형과 손상을 마주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저마다 변화된 몸으로 살아가며 일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일터에서 마주한 문제와 괴리까지 스스로의 언어로 해석하고 진단한다.

미세하게 튀어나온 혈관과 결을 달리하는 근육을 손끝으로 느끼며, 그는 뭉친 몸을 이끌고 사는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게 됐다고 말한다.

"내가 몸을 만지는 게 아니라 마음을 만져주는 그런 일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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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베테랑의 몸>에 등장하는 베테랑들은 오랜 기간 일하면서 생긴 신체의 변형과 손상을 마주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 틈을 자부심으로 채우거나, 비슷한 문제를 직면한 동료를 챙기며 문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그렇게 저마다 변화된 몸으로 살아가며 일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일터에서 마주한 문제와 괴리까지 스스로의 언어로 해석하고 진단한다. 이를테면, 어부와 마필관리사의 일터에서는 동물에 대한 존중이, 조산사의 일터에서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배우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일터에서는 젠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안마사와 세신사의 일터에서는 늙고 병들고 장애를 가진 몸들이 논의된다. 안마사 최금숙 씨는 시력을 잃은 후 안마를 처음 배웠다. 미세하게 튀어나온 혈관과 결을 달리하는 근육을 손끝으로 느끼며, 그는 뭉친 몸을 이끌고 사는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게 됐다고 말한다. 글자 수 756자.

사람이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다 보면 관절이 굳는다. 욕창이 생기기도 한다. 살이 무르도록 거동할 수 없는 사람의 심정을 그는 어렴풋이 안다.

"그분들이 움직일 수 없는 근육을 제가 만져준다는 생각으로 해요."

일 자체는 힘들다. 애초에 안마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만져지지 않는 근육이 많아요." 속 깊이 자리 잡은 근육이 있다. "그럴 땐 압을 깊숙이 줘야 해요." 무작정 손에 힘들 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세에 따라 만져지는 근육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니 안마 받는 사람을 모로 눕히기도 앉게도 한다. 거동이 어려운 사람을 시술할 때는 그 작업을 안마사가 할 수밖에 없다. 팔을 들어 올리고 다리를 세우고 옆으로 눕히고. 그럴 때마다 힘을 쓴다.

그래도 즐겁다.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시절, 주변에선 안마 일을 권했다. 이 일이 직업이 되고 봉사도 된다고. 내가 지금 이 몸으로 누굴 도울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 말이 참 끌렸다. 어느덧 그 말처럼 살고 있다.

"거기 어머니들 너무 진짜 너무 예뻐요. '치매(알츠하이머병)'인 분들이 많고요. 파킨슨병 때문에 못 걷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을 내 엄마 같다, 진짜 내 엄마다, 생각하고 하니까. 나도 마음이 좋아요."

어르신들이 자신을 기다려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았다. 아픈 곳만 징얼거리는 게 아니다. 그의 손을 따라 노곤하게 풀리는 근육처럼 지난밤 꿈부터 살아온 세월까지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내가 몸을 만지는 게 아니라 마음을 만져주는 그런 일을 하는구나."

-희정 글, 최형락 사진, <베테랑의 몸>, 한겨레출판, 2만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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