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결승골’ 고비 하나 넘은 클린스만 감독, 일단 위기탈출
만족스러운 내용 아니지만 '단두대 매치' 승리 자체로 한숨 돌려
클린스만호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피파랭킹 28위)은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킥오프한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32분 터진 조규성의 헤더 결승골을 지켜내며 사우디(피파랭킹 54위)에 1-0 승리했다.
지난 3월 데뷔전 포함 5차례 A매치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6번째 경기 만에 첫 승리를 맛봤다. 역대 한국축구 A대표팀 감독 중 가장 늦은 첫 승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에 이어 손흥민과 조규성을 다시 투톱으로 세웠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로 떠난 홍현석 대신 황희찬을 투입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쥐고 사우디를 강하게 압박했다. 조직적인 압박과 패스 워크, 과감한 슈팅 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인 선수구성에서 앞선 한국의 우위였다.
전반 중반부터 잠시 사우디 공격에 밀렸던 대표팀은 조규성의 헤더골이 터지면서 1-0 리드를 잡았다. 이재성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내준 볼을 정면에서 손흥민이 받는 듯하며 흘려줬다. 황인범이 넘어지면서 전방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튀어 오른 공을 조규성이 침착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지난해 11월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이후 약 10개월 만에 터진 조규성의 A매치 골이다.
다시 분위기를 잡은 대표팀은 전반 36분 손흥민이 골키퍼와 1:1 상황을 맞이했지만,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모처럼 리드를 잡고 후반을 맞이한 대표팀은 후반 들어 황의조-문선민을 투입해 공격의 변화를 노렸다. 한국은 슈팅 수에서 18-7(유효슈팅 9-2)로 크게 앞섰지만, 추가골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전술 아래 움직인 사우디의 거센 추격을 막기 급급했다. 아찔한 실점 위기도 몇 차례 있었다. 월드클래스 센터백 김민재의 수준 높은 수비와 골키퍼 김승규 선방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다. 상대 사우디는 카타르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이후 8차례 A매치에서 단 1승에 그쳤다. 성적 부진으로 지난달 말 만치니 감독까지 영입했다. 이후에도 만치니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 1-3 패배와 한국전 패배로 6연패 늪에 빠졌다. 이 기간 무려 12골을 허용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사우디의 최근 전력을 본다면 이날 한국의 1-0 승리가 활짝 웃을 만한 결과는 아니다.
결코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부임 6개월 만에 경질론에 휩싸일 위기에 놓였던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매우 귀중한 승리가 됐다. 해외 일부 매체들도 “9월 A매치 2연전 중 1경기라도 승리를 이끌지 못한다면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었다.
부정적 여론도 확산되고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성적도 부진한데 부임 당시 약속과 달리 한국에 거주하지 않고 미국에서 ‘재택 근무’와 함께 지나친 외부 활동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로 인해 “국내 선수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이런 성적표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무색무취한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불신만 키워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방식이다. 그것이 싫다면 다른 감독을 찾아야 한다”는 발언까지 뱉었고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사실상 ‘단두대 매치’로 여겨졌던 사우디전 승리를 통해 일단 큰 고비는 하나 넘었다. 그러나 무색무취한 공격축구 전술과 대표팀을 향한 진심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큰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 기간 튀니지(10월 13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 베트남(10월 17일 오후 8시·수원월드컵경기장)과 A매치 평가전을 가진다.
튀니지(31위)는 아프리카의 강호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꺾은 바 있다. 비록 조별리그 성적 1승1무1패로 탈락하긴 했지만, 강한 체력을 앞세운 공격 축구가 인상적이다.
베트남은 강한 상대는 아니지만,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은 랭킹(95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등을 대비해 아시아 팀의 밀집 수비를 대비해 평가전 상대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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