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상 주범은 비싼 스마트폰…OTT 구독료도 한몫" [팩플]
“가계 통신비 인상 주범은 통신 요금이 아니라, 고가의 스마트폰.”
12일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통신 요금은 인상 폭이 제한되고 있지만, 휴대폰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문제는 단말기 가격?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휴대폰 단말기 평균 가격은 약 87만3000원으로 9년 전인 2014년(약 62만원)보다 41% 증가했다. 박완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이동통신 단말기 할부신용보험 지급 건수와 보험금 지급금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기간동안 소비자의 단말기구매 비용은 연평균 4%씩 늘어,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1.62%) 보다 월등히 높다. 애플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할 아이폰15의 경우 국내 출시 가격은 기종에 따라 130만~26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작인 아이폰14의 최고가 모델의 출고가는 250만원 선이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리나라 통신 요금 수준 바로 알기’ 토론회(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주최)에서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계 통신비가 높다는 인식은 단말기 가격이 (통신비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며 “통신 요금의 공정한 비교를 위해선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단말기 가격이 요금 상승률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있고, 업체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면서 “중고 단말기 시장도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림플레이션’도 영향
잇따라 오르고 있는 OTT 구독료도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스트리밍+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 OTT 구독료는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 통신비 항목에 포함되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통신비로 인식하는 편이다. 국내에서 ‘가성비’ 좋은 OTT로 통하던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1월부터 기존 멤버십 가격(월9900원)에서 4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신 화질·동시 접속 기기 수가 제한된 하위 등급 멤버십을 추가한다. 넷플릭스는 2021년 11월 스탠다드 요금제를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를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그래서 통신업계 주장은?
통신사들은 통신 요금과 그외 부담액을 분리해 달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비와 함께 청구되고, OTT 이용료 인상도 소비자들은 체감 통신비 인상으로 느낀다”며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의 분리, 단말기 가격 인상 문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통계청의 분기별 통신서비스 지출 통계에 휴대전화 수리비가 포함되는데, 이를 통신 장비 지출로 분류해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단말기가 비싸질수록 수리비 부담도 커지니, 현재의 통계 분류 방식이 통신서비스 비용을 부풀린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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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오는 1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 3사 대표 간 첫 회동에서는 가계 통신비 인하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통신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분리하는 방법이나 단말기 가격 인상으로 인한 오해, 단통법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자급제 단말기 시장 활성화, 중저가폰 저변 확대 등 고가의 단말기 구매로 커진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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