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취업률 높이기' 역설…되레 수도권으로 이탈 늘렸다
남기곤 한밭대 교수가 지난 2018년 정부의 지방대 혁신 사업의 성과를 분석한 논문에서 한 지적이다. 남 교수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목표를 ‘취업률 향상’에 두는, 관행이 된 정책 방향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지방대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하면 이들이 지역에 진출해 지역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우수하게 양성한 근로자일수록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버리는 역설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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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재정 투입→수도권 취업률 상승의 역설
논문은 역대 정부의 지방대 지원 사업이 ‘학생 취업률 향상’을 필수 목표로 제시하면서 벌어진 모순적인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누리(NURI)사업’에서 필수 성과 지표는 교원확보율·신입생충원율·학생취업률이었다. 지표 달성 여부가 사업 평가에서 특히 중요했던 만큼 많은 지방대가 취업률 높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지방대의 취업률 높이기 노력은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 가속화라는 원하지 않은 결과와 마주해야 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18~2020년 대졸자의 진출 직장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졸업자 절반 이상이 타지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수도권 대학 졸업자가 취업 시 같은 지역에 잔류한 비율이 84.5%인데 비해 비수도권은 현저히 낮았다. 강원이 23.5%로 가장 낮았고, 대전·세종·충청 34.7%, 대구·경북 44.9%, 광주·호남 53.1%, 제주 56.4%, 부산·울산·경남 59.5% 순이었다. 연구진은 “대학은 지역 취업을 강조하지만, 지역의 취업처가 학생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방대 중도탈락률 6.0%…“인서울이 낫다”
지방대를 떠나는 학생들은 주변 환경, 지역·대학 간 네트워크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경남의 한 국립대에 다니다 반수를 해서 서울의 사립대로 진학한 차모(22)씨는 “입결이 낮더라도 인서울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계열에서 일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지방에서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차씨는 “인턴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다녀오는 교통비, 숙박비,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젠 오전에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인턴 면접을 보러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자의 패배감
경남에서 대학을 다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로 옮긴 김모(21)씨는 “외국인 유학생도 많고,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경험할 기회도 훨씬 많다”고 말했다. 충남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수도권 대학들은 ‘연합동아리’로 교류할 기회가 많은데 지역은 학교 동아리가 전부”라고 말했다.
주변 환경의 차이가 수업의 질과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김씨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반수나 편입으로 유출되고 열심히 안 하는 애들만 남는다는 패배감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충남에서 서울 지역 사립대로 간 김모(23)씨는 “지방대엔 교수님들 연구실이 제대로 없거나 작은 경우가 많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대학원생들이 멘토링까지 해주는 등 대학원 진학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기회를 찾아서”
김석수 부산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지방대 포럼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학생들에게 왜 가느냐 물으면 ‘기회를 찾아서’라고 답한다”며 “결국 핵심은 지금까지 지방에 없었던 교육 받을 기회, 일자리를 찾을 기회, 정주할 수 있는 여건, 문화를 향유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지역 청년 유출 막는 댐”
정영길 건양대 교수는 “지방대 학생들은 ‘인서울 못 간 루저’라는 인식이 팽배할 정도다. 대학 평판에는 위치나 주변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과 도시는 공동 운명체고 대학은 지역 청년들의 유출을 막는 댐”이라며 “스웨덴의 말뫼가 말뫼대학을 통해 정보기술(IT) 도시로 거듭난 것처럼 지자체가 대학 혁신을 지원하고, 인재를 양성해 기업들의 유치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이후연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송다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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