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유색인종 민심 이탈 비상… 바이든 재선 가도 ‘적신호’
2020 대선 때 비교 현저하게 약화
캠프, 주요 격전지 TV 광고 시작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을 찍은 뒤 흑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내 지지율이 4~5배가량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민주당원이 자신에 대한 4건의 형사 기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CNN 팩트체크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해리스 여론조사에서 흑인 유권자 지지율은 7월 초 22%에서 8월 말 25%로 3% 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코노미스트·유거브 여론조사에서 흑인 응답자의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는 8월 중순 18%에서 8월 말 9%로 9% 포인트 하락했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뻔한’ 거짓말이 마냥 허황된 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율 이반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유색인종 지지율 회복이 바이든 대통령 재선을 위한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바이든에 대한 흑인과 히스패닉 지지가 지속적인 침식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가 이득을 얻지 못하더라도 낮은 민주당 투표율로 나타날 수 있는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NYT가 지난 1년간 시에나대와 공동으로 벌인 여러 건의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53%, 28%였다. 여전히 바이든 우위가 분명하지만, 2020년 대선 때와 비교하면 현저히 약화된 결과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에서 비백인 유권자들로부터 70% 이상의 지지를 받아 승리할 수 있었다.
모든 인종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80% 이상의 지지를 보냈던 흑인 유권자는 이제 72% 정도가 그를 지지한다. 히스패닉 유권자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47% 대 35%로 줄었다. 이들을 제외한 비백인 유권자(아시아계, 태평양 섬주민, 아메리칸 원주민 등) 사이에선 40%대 39%로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제 대학 학위를 소유한 비백인 유권자 61%의 지지를 얻어 23%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그러나 고졸 이하 유색인종 사이에선 49%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1%)과의 격차가 18% 포인트에 불과했다. 계층별로는 연간 10만 달러 미만의 중산층과 저소득 비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아졌다.
NYT는 “이러한 격차가 대선까지 지속된다면 트럼프의 포퓰리즘 브랜드가 촉발한 정치적 재편이 퍼져 민주당에 투표했던 모든 유색 인종 노동계급 유권자들의 정치적 충성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나대는 지난 1년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상 대결에서 박빙 승부를 이어간 요인에는 비백인 유권자들 사시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핵심 지지층 표심이 굳어진 상황에서 비백인 유권자가 스윙 보터가 되면서 판세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유색인종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며 마음을 뒤바꾼 사례도 적지 않았다. NYT 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8% 등 비백인 유권자 5%가 지지 대상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변경했다고 답했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거나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는 훨씬 많았다.
NBC 방송은 “유색인종이 대규모로 트럼프 진영에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다음 선거에서 투표할 계획이 없다거나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며 “이는 민주당이 유색인종 유권자를 투표에 참여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실망한 유색인종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 우위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NBC방송은 “민주당이 유색인종 지지를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공화당의) 인종편견적 언사가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는 민주당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반전이 시급한 바이든 대통령 캠프는 본격적인 홍보전에 뛰어들며 선거전을 앞당겼다. 폴리티코는 “선거가 아직 420일 넘게 남았지만 바이든 캠프는 이미 거의 모든 주요 격전지 주에서 TV 광고를 시작했다”며 “이는 평소 대선 때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캠프는 지난달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겨냥한 TV와 디지털 플랫폼 광고에 2500만 달러를 사용했다. 4개월 치 분량인데 주로 중산층 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미국 제조업 회복 등 경제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원하는 최대 슈퍼 팩(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퓨처 포워드’는 지난 8일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주요 격전지 6곳에 TV 광고로 12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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