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갯벌체험 후에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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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갯벌체험에 나섰다.
넓은 갯벌에는 다른 가족들이 벌써 조개를 캐고 있었다.
캐고 캐고 또 캐고, 넓은 갯벌에 아무도 남지 않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개를 캐다가, 세 봉지를 꽉 채우고 난 뒤에야 아픈 허리와 다리를 두드리며 경운기에 올라탔다.
욕심껏 조개를 담아오긴 했는데, 이제는 해감하는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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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갯벌체험에 나섰다. 어촌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장화와 조개 캐기 도구까지 빌려준다고 하니, 별다른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넓은 갯벌에는 다른 가족들이 벌써 조개를 캐고 있었다. 나도 얼른 남편과 딸과 함께 자리를 잡고 갯벌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역시 소문대로 갈고리로 한 번 파면 조개가 무더기로 나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어느새 우리 가족은 한마디 말도 없이 조개 캐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갯벌체험이 아니라 완전히 갯벌노동이었다. 캐고 캐고 또 캐고, 넓은 갯벌에 아무도 남지 않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개를 캐다가, 세 봉지를 꽉 채우고 난 뒤에야 아픈 허리와 다리를 두드리며 경운기에 올라탔다.
조개에 묻은 펄을 씻어 내고는 스티로폼 통에 조개를 옮겨 담고 바닷물도 넉넉하게 부었다. 상당한 양의 조개에 바닷물까지 더해진 묵직한 통을 자동차 트렁크까지 낑낑거리며 옮겼다. 욕심껏 조개를 담아오긴 했는데, 이제는 해감하는 것이 문제였다. 들어가는 소금의 양도 만만치 않았다. 한 통의 천일염을 쏟아붓고 하룻밤을 보낸 후 이제 됐겠지 싶어 조개탕을 끓여 보았다.
“아, 조개에 모래가 씹혀!” 딸은 모래가 씹힌다며 조개탕을 거부했다. 결국 조개는 애물단지가 되어 냉동실에 봉지째 방치되고 말았다. 1주일 동안 허리와 무릎 통증에 시달린 건 덤이었다.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리 무릎이 부서져라 캤을까? 모든 게 다 욕심 때문이다.
조정실에서도 조금만 더 양보하면 합의가 될 법한데,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의 차이로도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결국 재판으로 가게 된다. 만약 재판에서 지면 더 큰 손해려니와, 재판에 이기더라도 변호사 비용이 더 많이 드니, 이기더라도 결국 손해를 보는 셈이다. 윈(win)-윈(win)이 아니라 루즈(lose)-루즈(lose)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싸워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경쟁이 내면화된 우리 사회에서 조정이나 합의를 권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싸워 이기는 것만이 정답일까? 뒤돌아보면 변호사로서 잘 싸워 이겨도 마음이 편치 않은 사건들이 있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돌아가시거나 장애를 입은 분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 상대방이 이길 수 있는 사건인데도 법을 잘 몰라 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등이다. 재판 결과 받게 되는 이익에 비해 소송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우나, 상대방의 재산이 없어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실제로 돈을 받기 힘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때는 너무 상대방을 압박해서 재판에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조정이나 합의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개인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것은 좋지만, 그에 비례해서 조그만 손해도 감수하기 어려워하는 경향도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돌이표처럼 수년간 소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에게 후배 조정위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 여한이 남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다해 최선을 다해 보세요. 그런데, 어느 선까지 해보고 그만해야겠다는 기준은 정해 놓으시면 좋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시다가 끝없이 내려놓지 못하게 되실 테니까요.” 우리도 인생에서 이런 선을 정해 두고 있을까? 만선의 헛된 꿈을 안고 갯벌을 파헤치던 그날을 떠올리며, 이제는 조금 더 내려놓고, 조금 더 욕심을 버리고, 조금만 더 나의 손해를 감수하는 자세를 가져 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안지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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