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사역자가 심은 ‘기부 씨앗’, 교회 합창단 부흥으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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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하인리히스(1934~2019)는 영국 런던 세인트레너드교회의 평신도 사목자(Lay Leader)였다.
영국 기독교 구호단체인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는 스코틀랜드교회와 영국 성공회, 퀘이커교와 함께 페이스 윌(Faith Will)이란 유산 기부 캠페인을 9월 한 달간 진행한다.
유산 기부를 목적으로 영국 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움직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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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차원 기부 캠페인 펴는 영국
미미 하인리히스(1934~2019)는 영국 런던 세인트레너드교회의 평신도 사목자(Lay Leader)였다. 평신도 사목자는 영국 성공회의 직책 중 하나로 교단 공식 목회자는 아니지만, 교회의 허가를 받아 성직자를 도우며 목회를 이끄는 직분이다.
하인리히스 사목자는 교회를 위해 평생 헌신했다. 2019년 생을 마감하면서도 그는 교회에 자신의 유산 중 일부인 2만 파운드(3300만원)를 남겼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유산 기부로 교회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세인트레너드교회는 하인리히스의 유산 기부로 합창 지휘자를 고용했다. 이로 인해 성인합창단은 이전보다 규모가 커졌고 교회 어린이합창단도 공식 출범했다. 안나 노먼-워커 담임목사는 “하인리히스 사목자가 남긴 유산 기부라는 씨앗은 교회의 열매로 이어졌다”며 “20여명의 어린이들이 함께 즐겁게 찬양을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부 선진국 영국에서는 이 같은 유산 기부가 드물지 않다.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 자본시장에 악천후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영국 내의 유산 기부 시장은 되레 우상향을 보였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그리고 교단을 초월한 영국 교계의 노력 때문이다.
유산 기부 연구단체 레거시 포어사이트(Legacy Foresight)에 따르면 영국의 유산 기부 규모는 1990년 8억 파운드(1조3300억원)에서 2022년 39억 파운드(6조4900억원)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매해 평균 4.5%의 성장률을 보였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레거시 포어사이트 측은 베이비붐 세대의 기부 동향과 자산 가격 변화 등을 분석해보니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총액은 50억 파운드(8조3300억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에 유산 기부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건 유산 기부 캠페인 레거시10(Legacy10)의 도입 덕분이다. 레거시10은 영국인 10%가 유산 10%를 기부하자는 목표로 기부 단체들이 힘을 모아 2011년 11월 시작됐다. 유산 기부가 성공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자선단체들의 협력과 국민의 적극적 참여도 있었지만, 정·재계 인사들의 동참과 정부 차원에서의 조세 감면 혜택도 한몫했다. 영국 정부는 유산 10%를 기부하면 최대 상속세율을 기존 40%에서 36% 수준으로 낮추는 감면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 교계는 유산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영국 기독교 구호단체인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는 스코틀랜드교회와 영국 성공회, 퀘이커교와 함께 페이스 윌(Faith Will)이란 유산 기부 캠페인을 9월 한 달간 진행한다. 유산 기부를 목적으로 영국 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움직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산 기부는 죽음과 관련 있기에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크리스천에이드는 생각을 바꾸자고 말한다. 유산 기부가 다음세대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두자는 설명이다. 닉 조지아디스 크리스천에이드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유산 기부는 지역 사회와 세계 공동체에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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