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계약 따낸 현대모비스, 헝가리 공장 짓고 유럽 뚫는다
현대모비스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유럽용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듈을 공급한다. 지난해 벤츠 미국용 전기차 섀시 모듈을 수주한 데 이은 성과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유럽에 판매되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들어가는 섀시 모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섀시는 차체 하부 부품인 조향·제동·현가장치 등을 뜻하는 말로, 이들 장치를 결합한 것이 섀시 모듈이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꼽힌다. 수주 금액은 수조원대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헝가리 남부 도시 케치케메트(Kecskemet)에 모듈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장 설립을 확정 짓고 헝가리 투자청과 지원금 등을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섀시 모듈이 탑재될 차종은 벤츠의 전기차 모델이다. 현재 벤츠는 헝가리에서 중대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을 둔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착공에 돌입해 2025년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대단위 모듈을 해외에서 수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6년 미국 크라이슬러(스텔란티스 소속), 2022년 미국 수출용 벤츠에 이어 올해는 헝가리에서 생산하는 유럽 판매용 벤츠까지 연이어 공급하게 됐다.
이번 수주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 외부 고객사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매출 중 60% 이상을 현대차와 기아가 차지할 만큼,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독일 폭스바겐으로부터 5조원대 규모의 전동화 핵심부품 BSA(Battery System Assembly)를 수주하는 등 고객 다각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사상 최대인 46.5억 달러를 수주하기도 했다.
유럽 부품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위한 유럽 생산 거점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슬로바키아와 체코에 모듈 생산 공장이 있지만, 모두 현대차·기아 공급용이다. 헝가리는 유럽 전기차 산업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폭스바겐과 BMW, 볼보, 아우디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생산 공장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헝가리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벤츠와의 연이은 공급 계약으로 다른 브랜드와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3년 전 청산했던 헝가리 법인을 지난 5월 다시 설립하며 현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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