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푸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김정은과 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됐던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서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회담 뒤 두 정상이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곳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방러 당시 시찰했던 곳이다.
회담 시점과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일대일 정상회담이 EEF 행사 이후 ‘수일 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이동 속도 등을 고려할 때 13일 개최가 유력하다.
김 위원장의 열차가 이날 오후 1시쯤 우수리스크역 인근을 지난 것을 감안하면 680㎞ 떨어진 하바롭스크에 도착하는 시간은 13일 자정 또는 새벽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782㎞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도착 시간은 대략 13일 정오 무렵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철길로 약 2300㎞를 3일에 걸쳐 달려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셈이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2012년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의존도를 줄이고 옛소련 시절 우주 대국의 위상을 찾기 위해 야심차게 건설한 곳이다. 올해 들어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는데 회담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첨단 위성발사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 일정은 4년 전 첫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곧바로 귀국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북한의 무기 지원이 급한 푸틴 대통령의 사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길어져 주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러 수행단에 군 서열 1~2위인 이병철·박정천을 비롯한 군 핵심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무기 거래와 러시아 군사기술 이전이 회담의 주된 의제라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북한 관영 매체가 이날 공개한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사진을 보면 수행단에는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외교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해 박태성 당 비서, 김명식 해군사령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등이 포함됐다.
박태성 비서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김명식 사령관은 김 위원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핵 추진 잠수함 개발 담당이다. 조춘룡 부장은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재래식 포탄 등을 생산하는 군수산업을 총괄하고 있다.
서유진·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흥민, 팬 셀카 거절…"아이폰은 안 돼요" 만지지도 않는다 왜 | 중앙일보
- "여보 힘내자! 병원 가자!" 청년 유품은 여친 메모였다 | 중앙일보
- 아내 외출한 사이…친딸 성폭행한 아빠, 2년 전엔 강제추행 | 중앙일보
- 김정은·푸틴 '위험한 거래' 땐…한국 '특단선택'으로 내몰린다 | 중앙일보
- 치매 예방 도움된다는 이 운동…"40세 이후 땀나고 호흡 가쁘게" | 중앙일보
- 조규성이 끝냈다…클린스만호, 사우디 꺾고 6경기 만에 첫 승 | 중앙일보
- 1800억 美뉴욕 아파트, 2년간 안 팔리다 가격 반토막 난 사연 | 중앙일보
- "못 버는 너의 문제" 시청자에 버럭…3000억 수입 쇼호스트 뭇매 | 중앙일보
- [단독] 지방대 살리기 10조 퍼부었지만, 대학 "어디 썼나 몰라" | 중앙일보
- [단독] '경찰 추락사' 모임 정체는 생일파티…2주전 마약 구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