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한 뷰티 브랜드의 색다른 시각 언어는 우리의 선택과 소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올 하반기 눈에 띄는 예술가와의 조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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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시선으로 큐레이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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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 디자이너 사빈 마르셀리스 」
〈엘르 데코〉 2023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가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오브제, 스킨케어 리추얼. 각기 다른 컬러와 소재로 제작된 원형 트레이와 스패출러는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제품과 피부를 연결하며 기능적·심미적 역할을 다한다.
MINI INTERVIEW
본인 작품의 특별함 스케치부터 시작하는 일반적 작업방식과 달리 형태가 소재와 제작 과정을 따르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자연에서 발견한 신비로운 순간에서 영감을 얻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색상과 빛의 순간을 영구적 방식으로 포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좋아하는 시각 형태나 촉각적 질감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부드러운 소재에 더할 수 있는 단단한 재료에 매료돼 있다. 내 작품에는 토러스(도넛) 형태가 많은데, 이는 무한한 형태로 시작과 끝이 없으며, 내외부가 나뉘어 각각의 공간에 여러 재료를 더할 수 있다. 그런 형태의 인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작업에 매료돼 있다.
「 패션 디자이너 김민주 」
민주킴과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만났다. 후는 한국의 전통예술을 지향하는 젊은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아트 오브 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민주킴의 런던 V&A 패션쇼를 후원했고,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은 비첩 자생 에센스의 한정판 디자인을 맡기면서 연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킴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핑크 톤과 매화 문양을 재해석한 패턴을 디자인했고, 이를 접목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브랜드 철학과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전하고 있다.
MINI INTERVIEW
본인 작품의 특별함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신경 쓰기 어려운 ‘나’라는 캔버스를 채워주는 특별한 예술.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 내가 사랑하는 것에 정직하고, 최선을 다할 것. 좋아하는 시각 형태나 촉각적 질감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자유롭고 힘이 느껴지며, 언뜻 보기엔 엉망진창인 시각적 형태를 좋아하는데, 막상 디자인할 땐 잘 정리되고 랜덤한 형태에서도 보이지 않는 규칙을 넣는다.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정반대 성향의 이미지나 아티스트 작품을 찾아본다.
「 금속공예가 윤여동 」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작업물을 선보이는 윤여동과 공간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논픽션의 조우. ‘이 계절, 다정한 마음으로(Embracing Moonlight)’라는 주제로 보름달의 충만함과 온화한 달빛을 재해석한 오브제를 선보인다. “제가 만드는 작품은 모두 ‘손의 개입’을 느낄 수 있어요. 논픽션과 함께한 작품엔 고요한 달빛의 미학을 정제해 담았어요.” 논픽션과 함께한 오브제는 프리즈 아트 페어 기간인 9월 5일, 논픽션 삼청에서 열리는 큐레이션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MINI INTERVIEW
가장 좋아하는 시각 형태나 촉각적 질감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완벽하게 짜인, 날카로운 성질의 소재보다 유기적이고 러프한 질감을 지닌 형태를 선호한다. 공예적 시선으로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 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내가 하는 작업과 결이 맞는지 눈여겨본다. 공예 작품은 각자의 미학을 넘어 고유의 쓰임새가 있다. 협업 전부터 사용해 온 논픽션 제품들은 내가 속한 공간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무엇보다 누구든지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공예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제품 & 브랜딩 디자이너 허우석 」
조형적인 미학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화장품이 있다. 오직 감각적인 패키지만으로 브랜드의 색과 결, 무드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들. 누구의 손을 통해 탄생한 걸까, 원점을 찾아 올라가니 스튜디오 에이치오유(HOU) 허우석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브랜드를 대표하는 조형성을 디자인으로 찾아주는 작업”이라 말하는 그는 단순히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넘어 상업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디자인 전략을 고민한다. 제품에 포인트가 되는 조형미가 미적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 작용하도록 디자인한다.
MINI INTERVIEW
본인 작품의 특별함 대량생산에 중점을 둔 상업적인 예술. 좋아하는 시각 형태나 촉각적 질감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한 영역에 고정돼 있지 않다. 브랜드로부터 프로젝트 의뢰를 받으면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매장, SNS 톤 앤 무드, 입소문 등을 모두 찾아보고 브랜드 컬러와 결이 간결하게 묻어나는 용기를 찾고,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조형 요소를 하나만 심플하게 담는다.
「 공예가 앤 게이스 」
종이와 강철, 은, 구리 같은 재료로 황홀하게 반짝이는 작품을 만드는 앤 게이스(Anne Gaiss). 평소 서로 다른 분야를 상상하며, 생각지 못한 교차점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녀가 이번엔 겔랑의 라르 & 라 마티에르 향수 컬렉션을 위해 종이 공예 테크닉을 활용한 금빛 캡 플레이트를 완성했다. “토바코 허니 향을 맡았을 때 가지런히 정렬된 토바코씨와 부드럽게 접힌 잎을 본떠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금빛 종이 위에 감정을 담아내다 보니 소용돌이 같은 형태가 됐어요.”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평범한 종이는 곡선과 결, 아라베스크 문양이 섬세하게 조각된 금빛 미니어처 잎사귀로 탈바꿈했다. “가장 섬세하고 소중하며 진귀한 자연에 대한 오마주”라는 이번 작품은 국내에는 2개만 들어온다.
MINI INTERVIEW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모든 사물과 자연을 탐구하며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이번 작업의 특별함 가장 아름다운 인도산 종이를 선별했고, 극도의 정밀함으로 한 조각 한 조각 세심하게 조각했다. 향수 캡을 위한 작품인 만큼 작은 사이즈의 금빛 종이 위에 역동적이고 시적인 감정을 담아내려 했다.
「 서예가 인중 이정화 」
청년 서예가 인중(仁中) 이정화와 ‘마음을 적어 건네는 계절’에 깃든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이솝 하비스트 캠페인의 만남. 이번 협업은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이란 사전적 의미를 담은 서예를 통해 아름다운 ‘한글’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 이솝은 정성껏 쓴 편지 한 통에 담긴 마음을 서예로 표현해 주길 바랐고, 이에 이정화는 시중에 판매되는 먹물이 아닌 벼루에 손수 간 먹을 사용해 세종대왕의 글귀를 써 보냈다. “너의 자질이 아름다움을 아노니.” 글귀에 담긴 마음을 상상하며 종이 위를 걷듯 한 획 한 획 부드럽게 써 내려간 그녀의 필체는 하비스트 캠페인의 보자기 매듭에서 확인할 수 있다.
MINI INTERVIEW
본인 작품의 특별함 서예의 색은 표면적으로 검은색과 하얀색, 두 가지뿐이지만 먹의 색은 우주를 품고, 종이의 색은 달빛을 닮았다. 우주와 달빛의 색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예술이니 그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좋아하는 시각 형태나 촉각적 질감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자연을 닮은 형태. 오래 두고 봐도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며, 경험하지 않았거나 느끼지 않은 것은 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