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취소" 성난 여론에 세이브더칠드런 "'정서 학대' 의견낸 건…"
악성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정서 학대' 의견을 낸 사실이 알려져 비난받은 국제 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공식 입장을 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산하기관인 대전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여한 2019년 사건과 관련해 최근 비극적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슬프고 무거운 마음이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의 정서 학대 판단은 관련 법 및 지침에 근거해 현장 방문 및 피해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서 위법 여부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었고, 아동의 치료 및 회복 등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는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인 7일 숨졌다. 동료 교사 등에 따르면 A씨는 수년 간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다.
특히 고인은 생전에 아동 학대로 신고를 당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정서 학대' 의견을 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후원을 중지하겠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많지 않은 월급을 쪼개 후원을 해 왔는데 배신감이 든다",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정서학대로 판단했다니 실망스럽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소개한 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13년째 138회 세이브더칠드런에 후원했는데 내 손으로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이브더칠드런은 "(교사에 대해 '정서 학대' 의견을 낸) 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세이브더칠드런이 대전광역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기관으로, 2019년 당시 경찰청 112로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접수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복지법은 학대아동 치료와 사례 관리, 예방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1곳 이상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도록 규정했다. 대전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이브더칠드런은 대전시에서 위탁을 받아 대전 서부(서구·유성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한 바 있다.
다만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2020년 이후로는 제도가 변경돼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시·군·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경찰이 맡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어 해당 교사에 '정서 학대' 의견을 낸 것은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복지법 및 보건복지부가 정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업무수행지침에 근거해 현장 방문과 피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로서, 조사 결과를 국가 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피해 조사는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아동학대 관련 규정에 따라서만 판단된다"라며 "(피해 조사는) 아동의 상담, 치료, 회복,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해당 조사 자료는 수사 중인 경찰의 요청에 따라 제출할 의무가 있어서 경찰에 전달했다"고 했다.
끝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과 교사 모두의 존엄성과 권리가 존중받고 지켜져야 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과 소명감을 갖고 다시는 유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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