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자고 나니 또 집값 올랐네”…웃음꽃 피는 ‘원조 부촌’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약간 경사진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를 따라 7~8분 정도 걸으면 주위와 사뭇 다른 풍경의 새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방배그랑자이다.

2021년 7월 준공한 이 단지는 총 8개동, 785가구로 구성됐다. 방배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이곳은 그동안 방배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입주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방배그랑자이 가격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7월에는 전용 133㎡가 43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며 6월에는 전용 84㎡가 2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방배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통적 부촌인 방배동이었지만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인근 반포동이나 서초동과 비교해 지금까지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라며 “방배동 재건축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방배그랑자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기존 아파트 역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원조 부촌’ 중 하나로 불렸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방배동은 현재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다. 서초구 재건축정보포털에 따르면 방배동 일대의 재건축 정비사업지는 방배5~8, 13~15구역 등 총 12곳에 이른다. 방배3구역(방배아트자이), 방배경남아파트(방배그랑자이) 등 정비사업이 이미 완료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중 일부 구역은 일반분양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방배동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덩달아 기존에 있던 방배동 신축 혹은 준신축 아파트 역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질주하는 방배동

신고가 거래 잇따른다는데

방배동 아파트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2호선 방배역과 남부순환로 사이에는 최근 입주한 방배그랑자이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대거 몰려 있다. 남부순환로와 우면산을 등에 두고 약간 경사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들이다. 남부순환로와 사실상 맞닿아 있는 임광1·2차아파트, 그 안쪽에 방배삼익아파트 등 상당수 단지는 1980년대 준공했다.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 이수역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왼쪽 동작대로를 기점으로 이수역 오른쪽에는 2000년대 초중반 지은 아파트가 여럿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비교적 신축인 방배롯데캐슬아르떼는 최근 신고가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방배롯데캐슬아르떼’ 전용 216㎡는 지난 7월 31억8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같은 면적 최고가인 2021년 4월 28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3억3000만원, 직전 거래인 올해 2월 27억원과 비교하면 4억8000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방배롯데캐슬아르떼는 지하철 4·7호선 이수역에 인접한 최고 18층 높이 아파트 11개동, 744가구 단지로 2013년 준공됐다. 준공 10년이 됐지만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즐비한 방배동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축 아파트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다.

롯데캐슬아르떼는 지하철 7호선 이수역과 4호선 총신대입구역을 도보 5분 거리로 이동 가능한 ‘더블 역세권’이다. 인근 강남순환고속도로나 남부순환로, 동작대로를 이용하면 강남이나 여의도 접근도 편리하다. 단지 인근에는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상문고, 서울고, 서초고, 동덕여고 등이 있다. 도보 2~3분 거리에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인근 부동산업계는 방배5구역이 입주하면 롯데캐슬아르떼의 가치 또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구축 아파트 역시 본격적인 재건축이라는 호재와 함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방배동 ‘삼호2차’ 전용 177㎡는 최근 25억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8월 실거래가(23억원) 대비 2억원 올랐다.

방배삼호아파트는 1차의 경우 1975년, 2·3차는 1976년 설립돼 준공된 지 50년에 가깝다. 이수교차로 등 큰 도로 진입이 편하고 지하철 구반포역(9호선), 내방역(7호선), 이수역(4·7호선)과 인접한 ‘사통팔달’ 입지가 강점이다. 반포동과도 맞붙어 있어 일부 학군을 공유하며, 예술의전당 등이 가깝다.

다만 동별 분담금 차이 등으로 그간 재건축 사업이 다소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방배삼호1, 2, 3차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제안을 서초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추진위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소유주들에게 정비계획, 정비구역 지정, 건축계획안, 추정 분담금 등을 설명했다.

방배동 삼익아파트 전용 89㎡ 역시 지난 7월 18억4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2023년 5월 16억9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방배동 삼익아파트는 2호선 방배역 인근의 최고 15층 높이 아파트 4개동, 408가구 단지다. 1981년에 준공했으며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에는 DL이앤씨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붙을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은 단독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마다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사진 왼쪽은 방배동 ‘방배롯데캐슬’, 오른쪽은 방배5구역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화룡점정’ 방배 재건축

1만가구 명품 주거지역 우뚝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방배동이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인 이유는 분명하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1만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가 강남 한복판에 대거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방배3구역을 재건축한 방배아트자이를 제외하면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은 한창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방배5구역과 6구역, 13구역이다. 5구역은 현대건설, 6구역은 삼성물산, 13구역은 GS건설이 짓는다.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 3곳이 동시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장 대단지인 방배5구역은 ‘디에이치방배’라는 이름으로 현대건설이 맡았다. 지하철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 7호선 내방역, 2호선 방배역 가운데에 위치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2·4·7호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방배5구역은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동, 총 3065가구(일반분양 1686가구) 규모로 방배동 재건축 구역 중에서 규모가 큰 편이다. 다만 구역 내 초등학교 유치가 무산되고 정비계획안이 변경되면서 연내 일반분양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배6구역은 ‘래미안원페를라’라는 이름으로 삼성물산이 시공한다. 방배5구역과 비교하면 살짝 북쪽에 위치한 6구역은 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가깝다. 지하 4층~지상 22층 16개동, 총 1097가구로 구성됐으며 이 중 465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이 단지는 주택가에 위치해 조용한 편이지만 단지 북쪽 골목길을 따라가면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방배본동과 방배동 카페거리로 이어진다. 방배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래미안원페를라는 방배본동 삼호아파트와 가까워서 삼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반포동과 붙어 있다 보니 반포 생활권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방배13~15구역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방배13구역은 부지 내 종교시설 보상 문제라는 고비를 넘기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곳은 최고 층수 22층인 35개동, 2369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현재 이주 막바지 단계다.

방배15구역은 지난해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되고 지난 4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배14구역은 201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3월 정비계획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다. 지하 3층~지상 11층, 10개동짜리 460가구로 지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배동은 그동안 노후 주택이 많아 강남 한복판에 위치했음에도 저평가받았다”며 “진행 중인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방배동 역시 다른 강남 지역 못지않은 고급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