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탕후루가 무섭다
[한제원 기자]
▲ 탕후루 |
ⓒ elements.envato |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탕후루가 무섭다. 길거리 간식으로 언젠가부터 하나씩 하나씩 알록달록한 과일 꼬치가 생기더니 어느새 길거리 간식의 왕좌에 오른 탕후루, 과일 몇 알의 값 치고는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다.
큼직한 자두가 여덟 개에 만원이었다. 새빨갛게 맛있는 홍로 사과도 특가 세일로 열 개에 만원, 아니 과일값이 왜 이렇게 비싸지 싶어 추석이 지나면 조금 나아질까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생과일 값이 이렇게 뛰어 장보기가 겁이 나는데 탕후루 과일 꼬치에 꽂혀있는 과일 몇 알에 몇 천 원이다. 아이가 둘이니 두 아이 한 입 간식 값으로 만원이 우습다. 안 돼, 안 돼. 그나마 동네 탕후루 가게는 조금 나은 편이다. 놀이공원이나 유원지에 가면 가격은 더 뛰어오른다. 지갑을 열기도, 안 열기도 애매한 상황, "나중에 집에서 엄마가 해줄게"로 퉁쳐지면 감사할 일이다.
탕후루가 핫하다 못해 뜨거운 감자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출근하는 학원 건물 엘리베이터에 '탕후루 들고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가 궁서체로 떡 하니 적혀 있었다. 건물을 드나드는 아이들 중에 탕후루를 사 먹는 경우가 많다보니 끈적끈적한 시럽이 녹은 꼬챙이와 종이컵, 아이들이 실수로 바닥에 흘린 것들에, 그것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까지 생각하면 '오죽하면 건물 관리하시는 분께서 저런 안내문 비슷한 경고장까지 붙였을까' 싶은 마음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황교익이 불 붙인 탕후루 당 논쟁, 좀 아쉽다
나도 길거리에서 아이들 탕후루를 사 먹인 날 손이며 얼굴에 묻은 끈끈이를 닦느라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탕후루 가게 앞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있었고, 달콤한 설탕시럽과 더운 날씨의 컬래버로 날파리떼와 쓰레기 냄새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십상이었다.
하루는 번화가를 지나가다가 탕후루를 사 달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청에 신랑이 사 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길거리는 서서 탕후루를 먹기에 마땅치가 않았다. 우선 너무 복잡했고, 어디 구석진 자리나 있어야 얌전히 서서라도 먹이는데 그것마저도 흡연하시는 분들 때문에 여의치 않아 부득이 포장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탕후루 두 꼬치에, 핫도그 포장 박스 같은 기다란 종이 포장재, 아이스 팩 하나에 은박으로 된 보냉 포장봉투, 그리고 비닐봉지 하나가 사용되었다. 맙소사, 탕후루 하나 먹자고 이렇게 일회용품을 쓸 일이냐며 나는 신랑에게 쓴소리를 했고 신랑은 멋쩍어졌으며, 아이들만 신나게 탕후루를 먹었던 기억이다.
그 탕후루가 최근 황교익 푸드칼럼니스트의 레이더망에 걸린 모양이다. 다름 아닌 설탕, 당류에 대한 염려 섞인 그의 글을 놓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인 듯한데, 난 탕후루에 대한 시선이 왜 설탕에만 꽂혔을까 조금 아쉽다. 탕후루에 대한 나의 염려는 비싼 가격과 쓰레기 처리 부분이 더 크다.
아이들, 학생들의 간식이니 용돈으로 사 먹을 일이 많을 터, 가격 부담은 그대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된다. 그리고 꼬챙이와 설탕 시럽 묻은 종이컵을 아무 데나 버려서 미관과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또 포장이라도 하게 될 경우에 쓰게 되는 엄청난 일회용품 등에 대한 염려도 설탕에 대한 염려 못지않게 크다.
그놈의 설탕 때문에 백종원의 슈가보이 시절도 소환된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당시 백종원 방송을 보며 '설탕을 그렇게 먹어도 괜찮아'가 아니라 '아, 파는 음식에는 설탕을 저만큼이나 넣는구나'하고 각성을 했던 1인이라 '방송에서 그렇게 설탕을 다루며 괜찮다고 하면 안 된다'는 그 분의 주장에도 반대 입장이다. 우리 국민 중 일부는 나처럼 설탕의 사용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각성했을 것이기 때문에.
설탕 범벅 디저트들... 탕후루는 억울할 수도
탕후루는 원래 중국 간식이다. 동북지방에서 산자라는 열매에 설탕 시럽을 묻혀 먹는 것인데 중국에서 공부를 하던 2005년에 탕후루를 처음 보았다. 중국 길거리에서 사 먹었던 탕후루는 그렇게 맛있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저 시고 달고 딱딱했다. 달리 말하면 새콤 달콤 바삭한 맛인데, 시고 달고 딱딱해서 한번 사 먹고는 맛이 없어 다시 사 먹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그 탕후루가 한국에 들어와 이렇게 대 열풍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혹시 우리나라 딸기가 맛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설탕 입히는 기술이 조금 업그레이드되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내 입맛이 변해서 달고 자극적인 맛을 즐기게 되었을까. 당시 중국에서는 탕후루가 이렇게 핫하지 않았어서 설탕 문제나, 쓰레기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었다. 한국에 들어와 젊은 세대의 '인싸' 간식으로 자리 잡으며 설탕으로 인한 건강, 뒤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탕후루의 설탕이 건강 문제의 주범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설탕이라면 탕후루 말고도 옛날 우리나라의 달고나도 있었고 요즘엔 밀크티 한 잔, 아니면 토핑이 잔뜩 올라간 벤티 사이즈의 음료 한 잔이 더 문제이다. 입맛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며 외식의 설탕, 나트륨 사용량이 기본적으로 많아졌고, 후식으로 먹는 디저트도 더 달고, 더 크고, 더 화려해진 것이 문제다. 탕후루 입장에서는 건강 문제의 주범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조금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 자일리톨 탕후루 방울토마토와 자일리톨 가루를 녹여 만든 엄마표 탕후루 |
ⓒ 한제원 |
아이들과 나갈 때마다 탕후루 사달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집에서 해 줄게"란 말로 달래야 한다. 밖에서 사 먹는 탕후루는 비싸고, 설탕이 많아서 이도 썩는다고, 엄마가 해 주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일단 수긍하고 내 말을 듣는다. 가끔 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묻혀 얼린 뒤 탕후루 비슷하게 만들어주면 그래도 좋아해 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비싼 생딸기 탕후루는 못 해줘도 방울토마토나 귤, 포도 등으로 간단히 만들어 줄 수 있어 아이들도 좋아한다.
요즘은 설탕 대신 자일리톨 가루를 녹여 충치 걱정도 줄인 엄마표 탕후루로 아이들을 달랜다. 설탕과 같은 식감이 될까 싶었는데 냉동실에 얼리니 와작 하고 깨지며 달콤한 설탕 시럽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자일리톨 가루는 칼로리가 거의 없는 제품이라 설탕이 야기하는 질병을 걱정할 염려가 없다. 전반적인 식습관에 변화가 없는 이상 탕후루 하나 자일리톨로 바꾼다고 우리의 건강 지표가 크게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밖에서 먹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건강 간식이라 하겠다. 또한 꼬챙이에 꽂지 않고 얼리니 골치 아픈 쓰레기 나올 일도 없어 남에게 피해 줄 일도 없다.
요즘 뜨는 탕후루와 뜨겁게 달아오른 탕후루 논쟁에 나는 탕후루를 무서워하는 두 아이의 엄마라고 답하고 싶다. 비싸서 무섭고, 이 썩을 일이 겁난다. 탕후루를 볼 때마다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때문에 탕후루 가게를 지나가는 것이 꺼려질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사정, 가게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아이템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사 먹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무심코 흘리는 꼬챙이 하나, 시럽 한 방울에 도시 미관이 해쳐지고, 벌레떼가 모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소비자로 남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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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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