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충주까지 8시간, 머리 깨지고 기절해도 변한 게 없다"

김선재 2023. 9.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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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전국 특별교통수단 센터 통합해야"

[김선재 기자]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은 지난 1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충주시장배 전국 보치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대전에서 충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

전동휠체어 사용자인 문 소장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는 일단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 특장차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대전시에 운영하는 특장차로 오송역으로 간 후 다음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특장차로 갈아타고 충주역까지 이동할 요량이었다.

일단은 계획대로 오송역까지는 도착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청주에서 운영하는 특장차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일주일 전 예약이 필요했다. 예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문 소장은 당황했다. 급히 오송에서 충주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기차표를 찾았지만, 전동휠체어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급한 마음에 수동 휠체어 좌석으로 예매했지만 기차를 탈 수 없었다. 법과 규정상 수동 휠체어 좌석에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어서다. 옥신각신 끝에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고, 문 소장은 끌려 나오는 신세가 됐다.

"청주시 특장차는 청주 외 지역으로 가게 될 때 그 지역 기차역으로만 운행을 해요. 충주시가 운행하는 특장차는 충주 시내에서는 버스요금을 적용하지만, 충주 밖으로 나가게 되면 택시요금으로 적용해요.

충주 사는 어떤 분은 충주에서 오송역으로 오는데 거의 7만 원이 들었다고 했어요. 수입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큰 금액이에요. 만약에 시외버스를 탈 수 있거나 충주를 지나는 기차가 많았다면 절대 특장차는 안 탔을 거래요.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는 본인에게는 충주 밖으로 나가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했어요.

비장애인들의 삶은 점차 간소화되고 편리해지는데, 중증 장애인들의 삶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너무 힘들고 복잡하고 어렵고 까다로워요."

비장애인의 경우 대전에서 충주까지 자동차로 2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앱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터치 몇 번에 가능하다. 하지만 문 소장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동하는 데만 8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대체 무엇이 장애인들의 삶을 더 복잡하고 어렵고 까다롭게 만드는지 지난 4일 문 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들었다.

"버스 타다 머리 땅에 부딪혀 기절, 우리에겐 허다한 일"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
ⓒ 문경희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다. 외출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친구를 만나야 교류를 할 수 있다. 교육, 연애, 결혼, 일 모두 외출해야 가능하다. 학교, 직장, 병원, 모임도 외출로부터 시작한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그저 집에만 있어라'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대중교통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해야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다.

"제일 어려운 게 정류장 시설이 없는 곳에서 버스 탈 때예요. 저상버스는 리프트가 내려와서 연석에 걸쳐져야 완만한 경사가 되는데요. 그래야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올라갈 수 있어요.

그런데 세종 읍면지역에는 정류장 시설이 없는 곳이 허다해요. 그러면 리프트가 땅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고 올라가기 힘든 급경사가 만들어져요. 얼마 전 우리 센터 회원 중 한 분이 버스를 타다가, 급경사에 전동휠체어가 뒤로 넘어진 적이 있었어요. 머리를 땅에 부딪혀 기절까지 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출발지에서 저상버스를 탈 때는 승객들이 타기 전에 먼저 탈 수 있어요. 기사님이 좌석을 접어주고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요. 노선 중간에 버스를 탄다고 하면 그때는 비장애 승객들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어요. 승객들이 일어나고 의자를 접어줄 때 휠체어 장애인 분들은 고맙다고 인사해야 해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버스정류장에 있을 때, 여러 장애물에 가리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서 있는 높이보다 낮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 주변의 변압기와 가로수를 피해 자신의 존재를 온몸으로 버스 기사에게 알려야 한다. 마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바람 인형처럼 몸을 휘저어야 한다.

저상버스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대전역에서 출발해 세종을 거쳐 오송역까지 가는 B1 버스가 있다. 직행좌석버스 승객수 기준으로 전국 2위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노선이다. 이 노선의 경우 전체 22대의 버스 중 저상버스는 단 2대에 불과하다. 하루 총 220회 운행 중에 저상버스는 20회 운행한다. 장애인이 B1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속을 버스 운행 시간에 맞춰야 한다.

비장애인의 경우 시내버스에 탑승하다 뒤로 거꾸러져서 머리가 깨질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버스를 타기 위해 온몸을 흔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보통 자신의 시간에 맞춰 나가고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탄다. 시내버스 운행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지 않는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는 대중교통 이용에서 차별이 되고 만다.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 느낄 수 없다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
ⓒ 문경희
 
장애인을 포함해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교통약자라고 한다.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2005년에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문 소장이 이용한 특장차 역시 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하는 '특별교통수단'이다.

특별교통수단이란 휠체어 탑승 설비 등이 장착된 차량이다. 휠체어를 탄 채로 차량에 탑승하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교통수단 도입과 지역 간 연계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대에 대한 사항을 계획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장 역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 확충하고, 광역적 이용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방안 마련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청주는 해피콜, 세종은 누리콜, 대전은 사랑나눔콜이에요. 일단 등록 절차가 너무 복잡해요. 청주와 세종은 등록하기 위해서 우선 전화로 콜센터에 상담을 해요. 그리고 팩스로 서류를 제출합니다.

그러면 3일에서 7일 정도 심사를 해요. 등록되면 이후에 앱으로 이용을 할 수 있어요. 심사신청서,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복지카드를 제출서류로 내야 해요.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아니면 팩스로 보내야 해요.

비장애인들은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회원 등록을 하거나 심사신청을 넣거나 하지 않잖아요. 아무리 민원을 제출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같아요. 차량은 적은데 이용 희망자는 많으니까 심사가 필요하다고.

사고가 났을 때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도 해요. 복지카드에 내용이 다 나와 있으니 그것만 내도 되는데, 세종은 추가로 장애인 등록증까지 제출하라고 합니다. 장애인 증명서는 주민센터로 가든지 인터넷으로 뽑아야 해요.

우리 주변엔 인터넷을 못 하는 분도 있고, 외출이 어려운 분도 있어요. 그러면 증명서 하나 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고 위임장을 써야 해요. 진짜 복잡해요."

전국 특별교통수단 센터 통합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아직 많다. 청주와 세종은 인터넷을 통한 등록 절차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 오직 방문 접수나 팩스만 가능하다. 반면 서울의 경우 가입 절차가 많이 간소화된 편이다. 콜센터나 앱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제출서류는 복지 카드 하나 정도이다. 서류는 팩스나 문자전송 또는 앱을 통해 제출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특별교통수단으로 광역을 이동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세종 누리콜은 세종시 전 지역을 다니고 추가로 청주, 대전, 천안, 공주를 갈 수 있다. 대전 사랑나눔콜은 대전과 계룡, 공주, 금산, 논산, 세종, 옥천, 청주에 갈 수 있다.

청주 해피콜은 신탄진, 조치원, 증평을 추가로 갈 수 있다.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그 외 지역은 갈 수 없다는 뜻이다. 문 소장이 난감한 상황을 겪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계속 전국의 특별교통수단 센터 통합을 요구하죠. 이용자들을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각 지역에서 따로 회원 가입하는 것은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게 중앙집중이 아니고, 지역사업이에요. 지역에서 특장차를 구매할 때 중앙예산과 지역예산 50:50입니다. 그런데 기사들 급여는 100% 지역 예산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지역에서 마음대로 운영하게 되고 지역 간 통합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은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몇 주 전부터 교통수단 준비를 해요. 내가 가는 지역의 특별교통수단은 얼마 전에 예약해야 하는지, 즉시콜인지 예약콜인지 알아봐야 해요. 비장애인들은 이런 걸 따지지 않잖아요. 일반적으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요. 오히려 장거리를 가면 기사님이 좋아하실 수도 있죠. 특별교통수단은 특별하게 불편한 점들이 있어서 특별교통수단이 아닌가 싶어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죽이기 마녀사냥 중단 촉구 버스행동'과 '장애인 권리예산·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단체 회원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정책 대안을 실현하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수십 년 투쟁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심지어 법에 명시된 조항을 잘 지키라고 요구해도 수십 년째 크게 변함없다고 말한다.

비장애인의 삶은 꾸준하게 편리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앱으로 못 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장애인의 삶은 여전히 복잡하고 까다롭고 어렵다. 비장애인들이 겪지 못하는 상식 밖의 일들이 장애인에게는 수시로 벌어진다. 비장애인들은 택시를 타기 위해 신분을 증명하지 않는다. 회원에 등록할 필요도 없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로 인해 장애인들이 분리, 제한, 배제, 거부당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동권'을 위해 오늘도 장애인들은 차별철폐의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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