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디레버리징 불충분…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놔야"
"상하방 요인 혼재…경제 체질 개선 필요"
"기업부채·비은행권 관리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번 연속 3.5%로 동결하면서도 누증된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은이 12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금융 불균형과 성장 하방 압력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 유지에 표를 던졌다. 한 위원은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의 전망경로를 유지할 것이나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진 반면 금융불균형은 확대됨에 따라 정책목표 간의 상충관계는 심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앞으로 성장 및 물가경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및 경기변동 등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위원도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여건을 살펴보면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위원은 "물가는 하락 추세이나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부동산PF 등 취약부분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동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음 회의 시까지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증가 정도,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 등을 점검해 가면서 추가로 금리인상을 할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3일 금통위에 이어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 위원은 가계부채가 결국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위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격이 상승 전환했고,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며 "이러한 상황에 비춰 디레버리징 지연으로 가계부채 누증이 재개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기업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한 위원은 "7월 기업대출도 8.7조원 늘면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와 함께 기업부채에 대한 관리도 요구된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국내 부동산 가격 움직임과 더불어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커지고, 기업대출 증가 폭 역시 확대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한 위원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급격한 자금유출세는 진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아직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취약부문의 문제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비은행 업권의 건전성 관리·감독 강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구조 개혁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미봉책에 그친다면 향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국의 경기 디커플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 반등이 불투명하므로 경제 체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위원은 "미국, 일본의 경우 서비스 수요 회복과 고용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가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중국은 수출부진과 부동산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구조적 성장 둔화의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며 "중국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부진의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성향 약화, 부채누적으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여력 감소, 고용의 질적 악화 등 구조적 성장 제약요인이 심화함에 따라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값싼 물건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저물가를 동반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교역 확대와 세계화 추세 또한 국제정치·경제 환경 변화로 그 모멘텀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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