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마지막 檢 출석날…박범계 "검찰 아가리에 못 내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12일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야당탄압"이라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13일째 단식 중인 이 대표에게 추가 소환 조사를 통보한 검찰을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잇단 소환 조사는 우리가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며 “(이 대표의) 혐의 여부를 떠나 검찰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망신 주기를 넘어 잔혹하고 악랄한 ‘윤석열 정치검사’의 사법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단식과 아랑곳없이 또 조사를 받으라고 하는 이 검찰의 무도한 처사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역겨움과 분노가 제 가슴에 솟아 올랐다”면서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저들은 반드시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것이고 그건 우리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는 이 무도한 검찰독재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을 호소하는 주장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의원총회서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를 직접 거론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자유발언에 나선 의원 9명은 일관되게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의 입장은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라는 것”이라며 “검찰의 기소를 전제로 그 다음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오후 이 대표 검찰 출석을 고려해서, 당내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는 체포동의안 문제는 발언을 삼가자고 미리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여론까지 겹치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당초 가결 아니면 부결로 나뉘어있던 의원들 의견이, 단식 이후 연이은 검찰 조사에 ‘해도 너무한다’는 기류가 생겨나면서 뒤숭숭해졌다”며 “가결도, 부결도 부담이라서 아직 지도부 입장도 없다”고 말했다. 강경파 비(非) 이재명계 의원은 “사법적 기로에 선 이 대표가 단식을 통해 그 선택권을 쥔 의원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강요한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가결하자고만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파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친(親)이재명계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는 부당한 게 사실”이라며 “부당한 영장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지난 의총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은 “적어도 지난 7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31명의 의원들만큼은 누구에게라도 같은 잣대를 댈 수밖에 없다”며 “더군다나 이 대표 스스로도 6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가결하는 게 이 대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라고 맞섰다.
이날 박범계 의원 발언처럼 노골적인 부결 운동이 외려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우리 당 대표를 지켜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친명계가 부결 노래를 부르고 이 대표가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면 ‘에라 모르겠다, 가결’ 이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이 중요한 관건으로 꼽힌다. 계파색이 옅은 재선 의원은 “종국엔 이 대표 스스로가 어떤 입장을 밝힐 건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단식 중 검찰조사에 두 번이나 응하는 등 지금처럼 당당한 입장을 그때도 내보인다면 오히려 이 대표를 지키자는 당내 여론이 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25분쯤 수원지검에 도착해 “(검찰이) 오늘은 대북 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고 말하며 청사에 들어간 이 대표는 약 5시간만에 조사를 마치고 나와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엮으려고 하니까 잘 안되나 보더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 조사는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진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조사다. 이 대표 취임 이후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사건에 이은 여섯 번째 조사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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