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함정 공격 도와달라" 우크라 요청 거부…일론 머스크 전기 파장
미국 전기(傳記) 작가 월터 아이작슨(71)이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2년간 취재해 펴낸 평전이 화제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책 『일론 머스크』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보도했다. 책에는 머스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가 자세히 담겼다. NYT는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거의 모든 회의에 동석하고, (머스크의) e메일과 문자를 보고, 수십 차례 그와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테슬라·트위터 데이터로 AI 회사 설립"
아이작슨은 책에서 "머스크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를 뛰어넘을 회사를 설립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FT에 "머스크는 테슬라와 트위터(현 X)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려 한다"며 "이는 AI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 따르면, 2015년 머스크는 샘 알트만(38) 현 오픈AI 대표와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의 지배력을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리 자회사를 세우는 방안 등에서 견해 차를 보였고, 2018년 머스크가 회사를 나가며 갈라섰다. 타임지는 "이후 머스크는 라이벌 AI팀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며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 주행에 대해 집착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크리미아 통신 끊어"…"잘못 썼다" 번복
아이작슨은 책에서 새롭게 공개한 내용 중 일부를 언론을 통해 정정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가 크리미아 반도의 한 항구에서 러시아 해군 함정을 공격하려 했을 때 (머스크가) 기술자에게 통신 시스템을 끊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초부터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 통신망인 스타링크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아이작슨은 X에 "사실 관계를 잘못 썼다"고 번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크리미아 반도에선 애초에 스타링크가 작동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측이 공격을 위해 스타링크를 켜달라고 요청했을 때 머스크가 러시아의 핵 보복을 우려해 거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스타링크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머스크에게 문자를 보냈을 때, 머스크는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답하며 거부했다.
"빌 게이츠와 틀어진 계기는 공매도"
머스크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앙숙이 된 내막도 책에서 공개됐다. CNN이 발췌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초 게이츠는 머스크에게 "기후 변화와 자선 활동을 논의하고 싶다"고 만남을 제안했다. 같은 해 3월 두 사람은 텍사스 오스틴 테슬라 공장에서 만났다.
공장 견학이 끝나갈 무렵, 게이츠가 기후 문제와 관련해 기부를 더 해달라고 요청하자 머스크는 "테슬라에 투자하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게이츠가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한 것을 문제 삼았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이다. 게이츠는 "전기차 공급이 넘쳐 주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사과했지만 머스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머스크는 아이작슨에게 "게이츠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통해 돈을 벌려 하면서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운다는 게 위선적으로 느꼈다"며 "사실은 그를 좋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아이작슨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타임지 편집장과 CNN CEO를 지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헨리 키신저,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전기를 펴내며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특히 잡스는 2004년 췌장암을 진단받은 뒤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다"며 직접 책 출간을 의뢰했다고 한다. 2021년 백악관은 "위대한 미국인의 이야기로 과학과 인문학 등의 경계를 허물었다"며 국가 인문학 훈장을 수여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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