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로 염증 없애고 불면증 치료? 유튜브서 만병통치약 된 ‘소금’

오상훈 기자 2023. 9. 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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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근육통 완화, 뼈 성장, 불면증 치유, 노화 방지, 심혈관 보호, 소화 촉진, 해독 살균, 면역력 강화. 만병통치약의 효과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몇몇 유튜버나 블로거가 강조하는 소금물의 효과다. 홍보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에 10g 이상의 소금을 넣은 소금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곳도 있다. 이들이 추천하거나 직접 판매하는 소금 판매란에는 ‘팔 저림이 사라졌다’, ‘이제 누우면 잠든다’와 같은 후기가 적혀있다. 소금물, 실제 건강을 위해 마셔도 될까?

◇인체에 핵심 역할하는 소금, 부족하면 문제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많다. 핵심 역할은 삼투압을 유지해 수분과 전해질 균형에 관여하는 것이다. 나트륨으로 혈액의 염분 농도가 0.9%로 유지돼야 세포 안팎으로 영양소 등 물질들의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이외에 나트륨은 체액의 산도를 조절하며 전위차를 만들어 장기, 근육 등을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의 이동을 돕는다. 담즙, 췌장액 등 주요 소화액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나트륨이 부족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혈액 속 염분 농도가 세포보다 높아 세포 안으로는 수분이 침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수분이 세포로 직접 침투해 체액으로 인한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의 대표 증상으로는 구토, 설사, 과도한 발한 등이 있다.

◇일상에서 부족할 일 매우 드물어, "추가 섭취 필요 없다"

나트륨이 부족할 걸 우려해 소금물을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소금물의 효과를 홍보하는 사람들은 체내 염분 농도를 0.9%로 맞추려면 그와 같은 농도의 소금물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먹는 소금물은 체내 염분 농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우리 몸에는 항상성이라는 게 있다. 생리적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인체 기능이다. 즉 우리가 먹은 것과는 상관없이 몸이 최적의 기능을 위해 알아서 0.9%의 농도를 맞춘다.

항상성이 깨져서 염분 농도가 떨어지는 원인은 특정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나트륨은 필요한 만큼 사용되고 나머지는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그런데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나트륨 농도를 조절하지 못해 탈수나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이외에 단식을 하거나 노인들이 음식 섭취를 못하는 경우 저나트륨혈증이 찾아올 수 있는데 체내 염분 농도는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금물의 건강 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근육통 완화, 뼈 성장, 불면증 치유, 노화 방지 모두 마찬가지다. 고기동 교수는 “나트륨 섭취를 늘리면 건강에 이점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소금은 인체에 꼭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 4854mg로 WHO 194개 회원국 평균인 4310mg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마저도 5000mg을 웃돌았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많이 낮아진 수치다. WHO는 하루에 소금 5g(나트륨으로 2000mg)을 권장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우정 영양사는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 등 기관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왔는데 소금물 섭취는 조금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혈압 높아도 먹어라” 홍보, 고혈압 약 안 들을 수도…

소금물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먹을 사람의 건강 상태는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 유튜버와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소금 판매란 QnA를 보면 혈압이 높은 사람은 어떻게 복용하는지 묻는 글에 소금의 양을 천천히 늘려서 먹으라고 답변한다. 부작용은 명현현상이라 치부한다. 명현현상이란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예기치 않은 다른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 말로 현대 의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소금물 섭취량을 천천히 늘리라는 판매자의 답변./사진=네이버쇼핑 캡처
나트륨 섭취량이 많아지면 고혈압 위험이 커지는 건 상식이다. 혈액 내 나트륨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염분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체액 등에서 물을 끌어온다. 이러면 혈액 양이 증가하고 혈관이 받는 압력도 커지면서 고혈압으로 이어진다. 고기동 교수는 “혈압이 높은 사람이 홍보하는 만큼의 양으로 소금물을 계속 먹었다간 나중에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네랄 많은 소금으로 섭취? 평범한 음식에 많은데…

소금물 섭취를 권장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미네랄이다. 일반적인 정제염에는 미네랄 함량이 적으므로 미네랄이 많은 건강한 소금을 먹어야 한다는 것. 천일염은 물론 죽염, 용융소금, 게랑드소금, 히말라야핑크솔트 등이 거론된다. 소금마다 제조 방식의 차이로 나트륨, 미네랄 함량이 다른 건 사실이다. 천일염에는 마그네슘·황·칼륨·칼슘 등의 미네랄이 정제염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데 미량이라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천일염에 많은 미네랄은 마그네슘이다. 전남 천일염의 마그네슘 함량은 100g당 965mg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을 10g으로 잡았을 때 천일염을 통해 96.5mg의 마그네슘을 섭취할 수 있다. 식물성 음식을 적정량 먹는다면 바로 상회하는 양이다. 조리된 시금치 한 컵에는 150mg의 마그네슘이 들어 있다.

김우정 영양사는 “미네랄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수 있지만 건강 효과를 기대하고 많이 먹었다가는 나트륨 섭취량이 높아지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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