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성향 인사에게 벼슬 주는 현실, 마주하기 힘들어"
[이영광 기자]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최근 움직임이 수상하다. 자유총연맹은 올 초부터 500여 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더 문제는 500여 명 중 극우 유튜버가 적지 않다. 또한 총선 개입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한다. 자유총연맹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3일과 10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는 한국자유총연맹의 행보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스트레이트> 방송에서는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자유총연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방송 다음 날인 11일 자유총연맹에 대해 취재한 정동훈 기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장면 |
ⓒ MBC |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사실, <스트레이트>팀에 합류한 뒤 하는 첫 방송이어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작가님들을 비롯한 <스트레이트>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무사히 제작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 한국자유총연맹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사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자유총연맹 관련 내용 비중은 일부분으로 생각했습니다. 원래 구상했던 주제는 집회의 자유를 명분으로, 다른 진영의 집회를 방해하고 공격하는 극단의 아스팔트 유튜버들을 주로 다루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태를 사실상 방치한다고 조장하는 듯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고발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취재하다 보니 자유총연맹이 극우 보수 유튜버들에 대해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사실상 '조직화'하고 있는 듯한 정황을 알게 됐고,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이들 유튜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한 정황을 확인하게 되면서, 자유총연맹, 대통령실, 신종 관제 시위 키워드로 한 얘기들을 좀 더 비중 있게 취재하게 된 겁니다."
- 최근 자유총연맹이 500명 넘는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던데 이례적 아닌가요?
"자유총연맹이 탄생한 지 올해로 69주년이 되거든요. 과거에도 자유총연맹이 자문위원을 위촉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많아 봐야 수십 명 정도로, 소규모에 불과했거든요. 수백 명씩 대규모로 위촉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총선 때문에 대규모로 위촉했을까요?
"당연히 그런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특히, 장철호 사무부총장의 경우에는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뭉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시로 한 걸 보면, 그런 의심을 지울 수 없어 보입니다."
- 자문위원 중 극우 유튜버나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하다 처벌받은 사람이 대다수인가요?
"방송에서 보신 대로 자문위원 중에는 몇몇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저희가 자문위원 전체 명단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과거 어떤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만, 유튜버들이 참여하는 미디어분과위원회 소속 25명의 명단은 저희가 어렵게 전체 명단을 입수했는데요. 극단적 우파 성향이라고 알려진 인사들이 대부분입니다."
- 왜 극단적 우파 성향 유튜버들을 자문 위원으로 위촉했을까요?
"강석호 총재는 이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우리는 한몸, 식구'란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자유총연맹이 지향하는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자유총연맹에서 선거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선거운동 아니라고 했죠. 선관위 해석에 문제 있지 않나요?
"저희가 선관위에 강석호 총재와 장철호 사무부총장의 발언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방송에서도 보셨겠지만,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검토 결과를 내놨습니다.
다만, 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내용의 검토 결과를 회신하면서 이런 말은 했습니다. 그는 '최근 대법원의 판례 추세를 보면 선거운동을 폭넓게 보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 이런 검토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에 보도된 발언이나 단톡방 공지 사안 등이 '만약 정식 사건으로 접수가 되어서, 법정에서 다뤄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 장철호 자유총연맹 사무부총장은 원래 유튜버였나요?
"사실, 저희가 확인한 장 사무부총장의 이력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진보 단체에 대한 맞불 집회한 그 시점부터였습니다. 그 당시 장 사무부총장은 본인이 직접 유튜브를 하기보단, 본인을 인터뷰하러 온 당시 보수 유튜버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장 사무부총장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유세 현장에서 '큰 북' 치는 남자로 통했고, 지난 3월 자유총연맹 사무부총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본인이 알고 지냈던 여러 보수, 극우 유튜버들을 미디어분과위에 대거 위촉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별동대에 대해 자유총연맹은 모른단 거잖아요, 그럼, 장 사무부총장의 사조직이란 건가요?
"강석호 총재는 이 별동대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면서 '장 사무부총장이 괜히 실체도 없는 것을 과시해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장 사무부총장은 저희 첫날 보도 이후, 이 별동대가 저희가 당초 보도했던 1000명보다 700명 더 많은 1700명 규모인데, MBC가 이런 것도 모르고 엉뚱한 방송을 했다는 취지의 글을 카톡 단체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다시 강석호 총재한테 물었거든요. 그런데도 강 총재는 여전히 그건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습니다.
좀 아쉬운 점은, 자유총연맹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행정안전부가 이번 보도와 관련해 자유총연맹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보조금으로 준 예산을 혹시라도 유튜버들을 포함한 보수단체 집회 지원 같은 부적절한 곳에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선거 개입 활동을 혹시 하는 건 아닌지, 행안부가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할 텐데,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 방치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 속내까지 알 수는 없겠지요. 다만, 자유총연맹을 비롯한 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기살기운동협의회 이 3개 단체는 관련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법에 의해 예산 지원이나 자체 수익 활동,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는 단체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예산 사용을 비롯해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도, 적극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행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정동훈 기자 |
ⓒ MBC |
- 문재인 정부 때 정치 중립 조항을 넣었지만, 올 3월에 삭제했어요. 윤 대통령 지시로 삭제했단 주장이 있는 것 같은데.
"장철호 사무부총장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보면, 정관 삭제가 대통령 뜻이었다는 걸로 해석이 됩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행안부가 10여 일 만에 정관 변경을 허가한 것 이상할 게 전혀 없겠지요. 하지만, 자유총연맹 강석호 총재는 '대통령이 할 일 없어 그런 것까지 지시하냐'며 반문했고, 대통령실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뭐가 진실인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장철호 사무부총장의 입에서 '대통령의 뜻'이 언급된 이상, 대통령실이 어떤 식으로든 해명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면 문제 있지 않나요?
"당연히, 대통령이 특정 관변단체의 정관에 대해 언급했다면, 월권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고요. 특히 그 의도를 놓고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극우 유튜버들은 방통위에 유튜브 정지된 걸 해결해 달라고 하나 봐요? 그걸 방통위원장이 할 수 있나요?
"사실 이 부분을 이번 방송에 포함하려고 했는데, 분량 문제로 뺐거든요. 방통위원장은 마음만 먹으면, 유튜버들이 요구하는 대로 구글의 계정 탄압을 막아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방통위는 구글에 대한 막강한 조사 및 시정명령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대로, 만약 구글이 특정 성향의 유튜버 계정만 선별적으로 폐쇄했는데 민원이 제기되면, 방통위는 조사를 개시할 수 있고, 만약 문제가 확인되면 시정명령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튜버들은 이번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오면서 '희망이 생겼다'고 했고요. 강석호 총재는 전 정부에서 어떤 탄압을 받았는지 써내 달라고 했죠. 근데 써낸 게 없어서 방통위에 얘기 안 했다고 해명하긴 했습니다."
-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 관리하는 것 같은데 극우 유튜버들을 왜 관리할까요?
"방송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분들이 하는 활동들을 보면, 관리하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아스팔트 유튜버들이 주로 타깃으로 삼아서 공격하는 집회를 보면,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 농성장이나 법원, 검찰 출석 현장 찾아가서 고성이나 욕설 퍼붓는 행동을 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반일 감정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보이는데요. 주로 진보 단체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소녀상 수요집회 현장 등 찾아가서 사실상 집회 방해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 정부로서 상당히 곤욕스러운 상황이잖아요. 이들이 하는 집회나 분향소, 기자회견장 찾아가 희롱과 조롱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부 여당 보다, 대통령이 내는 어떤 메시지, 이른바 '반국가세력', '조작 선동을 일삼는 세력'이라고 지칭한 단체의 집회를 콕 집어서 공격하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이 정도 되면, 대통령실이 왜 이들을 관리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갈라진 광장에서 상대 진영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자녀 잃은 어머니가 울분을 토하는 걸 보면서 재밌다며 웃죠. 또 이걸 유튜브로 라이브 해서 돈도 벌고 정권의 인정까지 받는 듯한 극우 유튜버들. 그사이, 광장에선 고통받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가고, 사회는 양 극단으로 갈라져, 이젠 이념 갈등이 영호남, 세대 간, 남녀갈등보다 더 심각하단 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통합의 책무가 있다는 대통령이 이런 유튜버들을 비롯한 극단적 성향의 인사들에게 이제 벼슬까지 챙겨주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관변단체는 애매한 단체라서, 내부 자료 확보나 확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예 정부나 공공기관이면이면, 정보 공개 청구라든가, 국회의원실을 통한 자료 확보가 좀 더 수월했을 텐데요. 자유총연맹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민간 법인 형태의 단체이다 보니, 연맹 측은 자료나 확인 요청에 대해 '저희가 왜 답을 해야 하죠. 의무가 있냐'고 반문을 해 와서, 그런 점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자유총연맹 장철호 사무부총장의 발언이나, 유튜버들의 활동을 그들이 유튜브에 올려둔 영상 찾아서 수집하고 확인해야 하다 보니, 사실 거친 표현들이 많이 들어있는 보통 서너 시간 분량의 영상을 일일이 살펴봐야 했던 게 꽤 힘들었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까요?
"여러 집회 현장을 다녀왔었는데요. 그중에 소녀상 주변 집회 얘기를 못 한 게 좀 아쉬웠습니다. 지금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 가보시면, 경찰이 소녀상 주변에 철제 펜스를 이중삼중으로 쳐 놓았는데요. 소녀상이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현장 경찰에게 왜 이렇게 해 두었는지 물어보니까, 보수와 진보 단체가 소녀상 주변에서 계속 부딪히고 있어서 혹시 소녀상이 훼손될까봐, 펜스를 쳐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요 집회를 소녀상 바로 옆에서 30년 가까이 해 오던 정의기억연대는 몇 해 전 한 보수 단체가 소녀상 바로 옆에 집회 신고를 선점하면서, 소녀상 바로 옆자리를 보수 단체에 내주고, 지금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수요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소녀상 바로 옆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몇몇 이들이 있었거든요. 3년 전 소녀상에 자신들의 몸을 묶고 끝까지 버텼던 바로 그 청년단체 회원들이었습니다. 이날 만난 한 청년은 '그날 왜 그렇게까지 했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면 어차피 끌려 나올 거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마지막까지 버티겠다. 설령 끌려 나오더라도, 우리 스스로 소녀상을 내줄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좀 먹먹했습니다. 극단의 정치가 쪼개놓은 광장, 그리고, 그 광장에서 신음하고 있는 시민들의 절규를 좀 더 생생하게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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