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 금리, 10년 만에 최고…美월가는 우에다 입에 시선 집중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9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고공비행 중이다. 12일(현지시간) 장중 0.72%를 기록하며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달리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던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11일 0.7% 선을 돌파한 데 이어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국채 가격 하락). 9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이 지속한다는 확신이 들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핵심인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해제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힌 영향이다. 스즈키 마코토 오카산증권 선임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BOJ가 예상보다 빨리 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예상하면서 금리가 상승했다”고 풀이했다.
일본은 저물가와 경기 부양을 위해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단기금리를 –0.1%로 묶어두고 있다. 가계와 기업 자산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도입해 10년물 국채수익률 상한선을 정해놓고 시장 금리가 이보다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낮춰왔다. 그러나 이 같은 초 완화적 통화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엔저(低)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채 금리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아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 엔화가 빠져나가면서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달러‧엔 환율은 147.87엔까지 상승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엔화 가치 하락).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우에다 총재의 이번 발언은 엔화 약세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예상보다 빠른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우에다 총재 발언 이후 1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46엔대에 거래되면서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4월 이후 BOJ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점 등을 들어 통화정책 조기 전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이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가 통화정책 전환의 전제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근원 인플레이션 수준은 여전히 목표치보다 낮다”고 밝히는 등 연말까지 각종 지표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다케시 이시다 리소나은행 도쿄 통화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내년 초 3개월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J의 통화정책 변화가 미국 채권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금리가 사실상 0에 가까운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왔는데, 이 자금이 일본 본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WSJ은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일본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 위험 회피를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국채를 비롯해 다수 외국 채권에 대한 매입을 중단하거나 매도를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향후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BOJ는 금리가 1%까지 급격하게 치솟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를 0.8% 선에서 방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기업 투자자금이나 주택 담보 대출 금리와 연동돼, 급등할 경우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BOJ는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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