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공의 리베이트' 의혹제기 교수, 직장내 괴롭힘으로 징계
[복건우, 박수림, 김화빈, 소중한 기자]
▲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
ⓒ 소중한 |
대학병원 교수가 전공의들의 '집단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하자 해당 전공의들은 교수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대학병원 측은 교수만 징계한 채 사안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제대 징계위원회는 2022년 10월 상계백병원에서 근무하는 A 교수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2022년 2월 전공의 3명이 인제대 인권센터에 A 교수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데 따른 것이었다. 신고자들은 교수가 수술실에서 폭언을 한 것 등을 문제 삼았고, A 교수는 응급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소명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A 교수는 신고자인 전공의 3명 등이 비급여 비타민을 과다 처방하고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병원 내부에 제기하고 있었다. 전공의들도 소액의 도시락·커피쿠폰을 받았다며 병원 측에 자진 신고했다.
2020~2021년 해당 전공의들은 도시락·커피쿠폰 외에도 제약회사로부터 회식비·야식비를 오랜 기간 제공받거나 병원 외부에서 식사를 대접받았다. 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비급여 비타민을 과잉 처방해(약 2억 3000만 원) 항의 민원을 받았다. (관련기사 : [단독] 대학병원 전공의들, '비급여' 비타민만 2억 넘게 처방... 징계도 안 받았다 https://omn.kr/25fwp)
상계백병원 "두 건은 별개"... 하지만 합의 종용
그런데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당한 A 교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징계된 반면, '리베이트 의혹' 전공의들은 징계를 면했다. 병원 측은 ▲ 리베이트 의혹 건과 직장 내 괴롭힘 건은 별개이고 ▲ 경찰이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전공의들을 무혐의 처분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상계백병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1·2차 통화에서 "두 건(리베이트 의혹 건, 직장 내 괴롭힘 건)은 별개이고 직장 내 괴롭힘 건은 (병원이 아닌) 인제대 인권센터에서 처리한 것"이라며 "리베이트 의혹은 우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무혐의 처분이 나왔고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 (해당 전공의들을) 징계할 사유가 없었다. 병원이 뭘 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과 달리 내부 문건에는 병원 측이 두 건을 한 데 묶어 A 교수와 전공의들의 합의를 종용한 정황이 발견된다.
당시 리베이트 의혹 건을 담당하던 병원 고객만족실의 의견서에는 '합의 의사가 관철되길 기다린다', '(A 교수의) 허심탄회한 반성이 있어야 소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등 직장내 괴롭힘 건을 의미하는 내용이 있다.
또 병원 측이 작성한 직장내 괴롭힘 관련 합의서 초안엔 "추가적인 문제 제기(언론제보, 기타 이의제기 등 상호 비방 목적이나 상대방을 난처하게 하는 일체의 주장 및 법률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직장 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의혹도 "추가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게 된다. A 교수도 해당 문구를 문제 삼았고 여러 이유로 합의는 결렬됐다.
이후 2022년 2월 말 인제대 인권센터는 A 교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에 착수, 4월 '경징계' 의견을 냈다. 이후 인제대 징계위원회는 인권센터보다 더 나아가 징계 수위를 중징계인 감봉 1개월로 결정했다.
▲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
ⓒ 소중한 |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전공의들을 징계할 수 없었다'는 병원 측 입장 또한 석연치 않다.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 전공의 수련규칙' 제46조에 따르면, 전공의가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품위를 손상하거나 의사 윤리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 교육수련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할 수 있다. 형사처벌 여부와 별도로 품위 손상이나 의사 윤리 저촉을 이유로 자체 징계가 가능하다.
특히 인제학원 재단본부 법무팀은 2022년 5월 법률검토의견서를 통해 "(해당 전공의들이) 제품설명회에 참석하고 의료기관 내 장소가 아닌 근처 음식점에서 식음료를 제공받은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2022년 6월 2차 청렴자문위원회에서 경찰 수사의뢰를 결정하고 진정을 넣었으나, 담당서인 노원경찰서는 별다른 강제수사 없이 병원 측이 제출한 자료만을 토대로 9월 불송치 처리했다.
강태연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리베이트 의혹이 여러 전공의들의 진술을 통해 나왔는데도 경찰이 통장조차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수사가 좀 더 진행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상계백병원 측에 6일부터 11일까지 추가로 반론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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