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잡아라” 심리상담, 반려동물 동반출근...직장 웰니스 인기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40층에 위치한 직원 전용 피트니스 센터. 사진 한화생명

직장인 설모(36)씨는 지난 5월부터 2~3주에 한 번 회사 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설씨는 “이직을 한 후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자존감도 떨어지고, 이 일이 나에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어 좀 힘들었다”며 “동료들의 추천으로 사내 상담센터를 찾게 됐는데 비용 부담이 없는 건 물론이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곳이란 생각에 맘이 편해서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겨냥한 ‘직장 웰니스(well-being+fitness)’ 문화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직장 웰니스란 기업이 직원의 건강ㆍ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지원하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일컫는 용어다. 젊은층의 조기 퇴사로 인한 추가 채용 비용 등을 줄이고, 기업의 생산성은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준홍 기자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10명 중 7명은 1년여 만에 첫 직장을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기준,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층은 65.9%로 전년 동월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첫 일자리가 현재 직장인 경우는 34.1%에 불과했다. 또한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6.6개월로 1년 전보다 0.2개월 줄었다.

하지만 한국의 직장 웰니스 시장 규모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웰니스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직장 웰니스 시장 규모는 미국이 171억3000만 달러로 1위였고 이어 일본(49억6000만 달러), 독일(42억8000만 달러) 순이었다. 한국은 12억9000만 달러로 7위에 그쳤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재택 근무나 ‘워케이션(휴가지 근무)’을 지원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차준홍 기자

한화생명은 지난 1월부터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 40층 한층(약 1057㎡)을 직원 전용 체력단련 공간으로 조성했다. 7층은 10만여 권의 책이 구비된 직원용 도서관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MZ세대가 원하는 회사의 모습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2010년부터 임직원 및 가족 대상 심리상담 공간인 ‘마음누리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과 9월에는 경기도와 대전 연수원에서 독서ㆍ요가 등 웰니스 프로그램인 ‘힐링 북스테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향후 지속 운영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이색적인 복지 서비스를 내세운다. 전세계 7000만명이 쓰는 모닝콜 어플리케이션 ‘알라미’ 운영사인 딜라이트룸은 직원 건강을 위해 간단한 조식과 케이터링 뷔페 형식의 점심을 제공하는 건 물론, 식단관리에 유용한 프로틴(단백질)과 닭가슴살까지 구비해두고 있다. 비영리 공유오피스로 유명한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은 입주사 직원들이 원할 때 언제든 반려동물과 동반 출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에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2E(기업과 임직원 간 거래) 플랫폼도 성장세다. 헤세드릿지는 복지 배달 서비스 ‘달램’을 통해 물리치료사ㆍ심리상담사ㆍ요가 강사 등 웰니스 전문가가 진행하는 오피스 스트레칭ㆍ명상 프로그램(달램핏), 온라인 심리상담(마음달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 1위 생리대 브랜드 라엘은 회사 화장실 등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할 수 있는 ‘생리대 구독’ 서비스를, 브라운백은 원두와 커피 머신을 관리하는 ‘커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직장 웰니스 문화를 구현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다.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내 중소기업 임직원 등 100여명 대상으로 워케이션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워케이션 전문가의 특별 강연, 워케이션 관계자 및 기업과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고용안정과 복지 증진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