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쇄 통보… "전형적 땜질 행정"
[윤성효 기자]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짜면서 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센터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대안으로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아래 지원센터)는 창원, 양산, 김해, 거제를 비롯해 전국 9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전국 9곳 지원센터 관계자를 불러 새해 예산의 전액 삭감과 함께 폐쇄를 통보했다.
이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와 민주노총이 반대 입장을 냈다.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12일 낸 자료를 통해 "민간위탁 협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음에도 사전에 단 한 번의 소통도 없었다"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외국인노동자 증가에 따라 관련 고충상담과 교육서비스 등의 확대를 검토해야 하는 시기에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 온 지원센터를 폐지하고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성과와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원센터는 일요일에 쉬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일요일에 상담과 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지원센터의 상담실적을 분석하면 전체 상담 중 일요일의 상담비중이 34.1%에 달한다.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내방상담은 평일대비 일요일이 117.7%로 훨씬 더 많았다. 한국어교육 등 교육사업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교육이 외국인노동자가 쉬는 일요일에 진행되고 있다"라며 "일요일에 업무를 하지 않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상담에 대해서는 다국어 상담인력을 대폭 확충해 상담부터 행정 처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지원센터 상담 중 행정업무 관련 내용은 15%미만이고 이중 고용허가제 관련 행정상담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지원센터는 폐지 소식을 접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외국인노동자에게 지원센터는 마음 편히 속마음을 터놓고 임금체불부터 생활상담까지 받을 수 있고 한국어교육과 법률교육 등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 준 기관이다"라며 "국가별 외국인노동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다양한 문화행사와 자국 노동자들과 소통하는 사랑방의 역할을 지원센터가 해왔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내년이면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20주년이 된다. 그동안 고용허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지자체 및 지역 내 네트워크 형성으로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한 사업을 펼쳐 온 지원센터의 사업은 단순히 고용노동부의 행정 민원처리와 교육으로 단순화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도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마다 도입 외국인력이 증가해 센터가 늘어야 할 상황에 일방적인 폐쇄 통보로 당혹스럽다"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국적 차별, 일터 차별, 서비스 차별에 반대"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2일 낸 자료를 통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전액삭감? 이주노동자는 일만 하란 말인가"라며 "국적 차별, 일터 차별, 서비스 차별에 반대한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연대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제조업, 건설업, 농업,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제공 비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의 주요 산업인 조선산업마저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라며 "지원센터의 여러 기능과 역할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고, 편의적으로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관료적' 발상이자, 사회적 협치를 외면한 '행정패권'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외면한 '예산박탈'이다"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왜 이런 결정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가? 그만큼 우리 행정력이 튼튼하고 준비되어 있기 때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기능의 이전은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단지 기능만 이전할 뿐, 인력과 예산은 이전되지 않는다"라며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현실에서 예산을 삭감한들 비판과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본 때문이다. 전형적 땜질 행정이며, 가치와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된 정책의 결과이다"라고 평가했다.
▲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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