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빼고 모두 뛰어들었다…대기업들 바이오 사업에 ‘진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연산 18만L의 제5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총투자비는 1조9800억원, 당초 계획보다 5개월가량 앞당긴 2025년 4월 가동을 시작한다는 게 목표다.
SK그룹의 CDMO 사업을 이끄는 SK팜테코는 현재 5억 달러 규모(약 66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진행 중이다. 자금 조달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가속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뺀 대기업 전부가 바이오 사업에 투자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미래가 유망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041억 달러였던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7년 9114억 달러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이 가장 두각, SK는 삼각편대
가장 발빠르 게 움직이는 건 삼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고지(3조13억원)에 올랐다. 이날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51조4600억원에 이른다. 삼성은 CDMO 확대와 바이오의약품 자체 개발이라는 양대 축을 무기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5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이 회사는 연 78만4000L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보유한 연 60만4000L 능력도 이미 세계 1위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시밀러 제품 7종의 개발에 성공해 이 약을 미국·유럽 등에서 판매 중이다. 유망 분야 신약 개발도 적극 검토 중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이 대규모 인수합병 매물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SK는 신약 개발(SK바이오팜)과 CDMO(SK팜테코),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등 세 가지 축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 한국에 걸쳐 7곳의 생산 시설과 5곳의 연구개발 센터를 보유 중이다. SK팜테코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통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항체-약물 접합제(ADC) 등 혁신 치료제 분야의 역량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상업화 성공 2030년까지 22개로 확대”
LG 역시 바이오 사업에 진심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7000억원 들여 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아베오는 항암 시장에 특화한 역량을 보유 중이다. 투자도 크게 늘렸다. 이 회사는 올해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개발에 전년보다 40% 늘어난 4000억원을 투자한다. 그에 더해 앞으로 5년간 2조원 이상을 신약 개발에 쏟기로 했다. 범LG가로 분류되는 GS그룹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인 휴젤을 인수하고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전업 그룹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그룹의 비전과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자가 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 등 상업화에 성공한 6개의 제품을 넘어 2030년까지 총 22개 제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수익성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이를 통해 ‘이른 시일 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7조원대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셀트리온그룹의 내년 EBITDA는 약 1조6000억원(예상치)이다.
유통·식품 업체도 바이오 대전에 참전 중
유통·식품 업계도 속속 참전 중이다. 2030년까지 30억 달러를 투자해 총 36만L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글로벌 톱10 CDMO 진입을 목표로 한다. 삼성과 달리 신약 및 시밀러 의약품 개발보다는 생산에만 집중하는 ‘퓨어(Pure) CDMO’를 표방한다. 기술 유출 우려를 줄여 고객사를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바이오 사업으로 4조8540억원의 매출을 올린 CJ제일제당은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그린(농업·식품) 바이오 사업을 재편 중이다. 화이트(환경·에너지) 바이오 분야에서는 생분해 소재인 PHA의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레드 바이오(의약 분야) 파이프라인 인수와 함께 보유 중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인 균주 라이브러리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낸다.
지속성장을 위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오리온그룹은 지난 2021년 중국 국영 제약 기업과 합자 법인을 세운 데 이어 현재는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수기·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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