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또 불안…역전세 잠잠하니 갭투자 기승
[한국경제TV 신동호 기자]
<앵커>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며 집값 바닥론이 힘을 얻자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전셋값 상승으로 역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지니 이제는 갭투자가 새로운 주택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겁니다.
부동산부 신동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매매가격 상승은 이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도 확대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요. 실제로 전세가격도 많이 올랐나요?
<기자>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7월 넷째 주(24일 기준)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한 뒤 7주 연속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상승폭도 점차 확대되며 이달 첫째 주(4일 기준)에는 0.0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전세가격은 16주 연속 올랐습니다.
당초 부동산 업계에서는 2년 전 고점에서 체결된 전세거래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컸었죠.
그러나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면서 전세가격이 오르는 등 우려했던 것처럼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문제는 매매가격 상승 기대감이 아파트 전세수요 유입과 맞물려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입니다.
<앵커> 실제로 어느 지역에서 갭투자가 일어나고 있습니까?
<기자> 최근 6개월간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경기 화성시로 전체 매매 5145건 중 332건이 갭투자로 매매가 됐습니다.
그 뒤를 이어 경기도 평택(241건), 시흥(223건), 인천 연수(223건) 성남 분당(220건) 순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물건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미성102 아파트 전용 71㎡(이하 전용)는 지난 6월 9500만원에 거래된 매물이 8월에는 전세 1억원에 계약되기도 했습니다. 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500만원 낮은 셈입니다.
또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도 2억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특히 집값이 크게 하락했던 상황에서 전셋값이 빠르게 회복된 것이 갭투자 수요를 부추겼다는 분석입니다.
또 화성시 국제 테마파크, 평택 반도체 특화단지 등 지역 호재가 있는 곳들 위주로 갭투자 수요가 몰렸습니다.
<앵커> 갭투자는 서울도 예외는 아니라죠?
서울에서도 갭투자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나요?
<기자>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울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송파구(31건), 강동구(28건), 성동구·마포구(25건), 강남구(22건) 순이었습니다.
서울 상급지 안에서도 아직 집값이 낮은 곳들을 골라 갭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강남구 한양수자인어반게이트 전용 16㎡는 7월 2억 1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뒤 8월 1억 8000만원에 전세계약됐습니다. 갭 3000만원으로 강남 소형아파트를 구매한 것입니다.
강동구 길동 삼익세라믹 아파트 전용 84㎡도 6월 7억원에 손바뀜 된 것이 한달 후 7월에 전세 5억원에 계약이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최근 이렇게 다시 갭투자가 나타나는 것을 두고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왜 그런것인가요?
<기자> 지난달 정부는 역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DSR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는 DSR 한도에 막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대출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전문가들도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대출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선 전세자금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우려도 있고 또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한 사람은 갭 투자로 무리하게 집을 산 것인 만큼 이들에게 DSR을 풀어서 대출을 받게 해주면 갭투자를 조장하는 꼴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우려했던 역전세 대란은 잠잠해진 모습인데, 오히려 갭투자가 하반기 새로운 주택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무자본 갭투자가 등장하는데 갭투자 이슈가 시장을 떠들썩 하게 하며 큰 문제를 나타났었죠. 이번에도 비슷할까요?
<기자> 집값 상승에 이어 전세가격도 오르는 추세라 집값 불안 심리 확산 등으로 당분간 아파트 갭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여기에 전세사기 불안에 빌라나 오피스텔보다 아파트 선호도가 뚜렷해진데다, 역전세 우려도 사그라드는 추세라 매매가 낙폭이 컸던 지역이 갭투자를 주의해야한다는 지적입니다.
더욱이 정부가 이달 중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를 언급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신동호 기자 dhshin@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