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유’ 엄태화 감독 “‘애증의 대상 아파트에 ‘먹고사니즘’ 공포 더한 블랙코미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어떤 의미일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콘유)를 만든 엄태화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내게, 혹은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니 '애증의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편하게 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없는 사람은 없어서 괴롭고, 있으면 값이 내려갈까봐 전전긍긍하는 곳이 아파트다. 그게 블랙코미디 톤을 가져오게 했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밌으면서 생각할거리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어떤 의미일까. 부(富)나 자산의 상징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그 반대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열망의 대상 혹은 분노의 대상일 수도 있다. 아파트에 대해 또는 아파트를 통해 느끼는 감정들과 대지진이라는 상황이 만나 웃기고 슬프고 무서운 한 편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콘유)를 만든 엄태화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내게, 혹은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니 ‘애증의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편하게 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없는 사람은 없어서 괴롭고, 있으면 값이 내려갈까봐 전전긍긍하는 곳이 아파트다. 그게 블랙코미디 톤을 가져오게 했다”고 밝혔다.
‘콘유’는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들자 주민들은 위협을 느끼고 새로운 주민대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뭉친다. 바깥은 지옥이지만 입주자들에겐 안전한 황궁아파트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유토피아다. 하지만 어느새 입주자들 사이에서 갈등과 불안, 그리고 공포가 조성된다.
엄 감독은 “블랙코미디 장르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 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관객 중 하나”라며 “이병헌 배우도 마찬가지여서 블랙코미디와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블랙코미디는 영화의 앞부분이 너무 무겁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서도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엄 감독은 관객들이 현실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면서 몰입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는 “뭔가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적을 만들고 편을 가른다. 혐오는 그런 데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봤다”며 “‘먹고 살기 힘들다’는 먹고사니즘의 압박이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 공포가 이 영화에서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조명과 음악을 십분 활용해 그는 현실감과 비극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엄 감독은 “지진이 나서 전기 공급이 없는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두운 데서 어떻게 찍어야 현실감을 살릴까 고민했다. 휴대용 플래시와 촛불, 자동차에서 뜯어온 배터리 등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음악의 경우 1980년대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던 시절, 한국의 부흥기 느낌을 넣으려 했다. 그는 “그 시기에 많이 쓴 악기 구성을 사용해 ‘손에 손잡고’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봤다. 장르적으로는 디스토피아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악기를 통해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주기 위해 뼈와 뼈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나는 타악기를 썼다”고 밝혔다.
‘친절한 금자씨’(2005) 연출부 출신인 그는 ‘박찬욱 키즈’라 불린다. 박 감독에게 가장 크게 배운 것이 무엇인지 묻자 엄 감독은 “스태프와 배우를 믿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감독이 신뢰하는 만큼 스태프와 배우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감독이 뭔가를 많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맡은 영역을 제대로 해내는 효과를 준다”면서 “박 감독님이 영화를 보시고 ‘이렇게 정석대로 영화 만드는 감독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이런 감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셔서 감개무량했다”고 전했다.
엄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무엇일까. 그는 “‘콘유’를 만들면서 ‘볼 때는 재밌으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질문하고 생각할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내가 추구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文, ‘부친 친일파’ 발언 보훈부 장관 고소…박민식 “유감”
- “유학비 부족” 거짓말로 시작… 40대女 기막힌 사기행각
- 모로코 지진 3분 전 ‘번쩍’…포착된 푸른 섬광
- ‘케어’ 박소연 전 대표, 소주병 들고 경찰차 막다 구속
- 백두산 천지 ‘괴물설’ 또…“신비한 생물체 유영” 포착
- “더 출근” VS “굳이 왜”… 재택근무 놓고 ‘기싸움’ 팽팽
- “학생, 나쁜 일 아니죠?”…범죄 막은 택시기사의 ‘촉’
- “원세대 조려대, 너흰 짝퉁”…명문대생의 지방캠 ‘혐오’
- 숨진 여성 옆 구조된 4세, 출생기록 없는 ‘미등록 아동’
- 단식 11일, 드러누운 이재명… 민주 “수사라는 이름의 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