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출석에 수백명 모였다...보수단체·지지자들 맞불 집회

김민정, 황수빈 2023. 9. 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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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시 20분 수원지방검찰청 청사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1차 조사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고 귀가했던 이 대표는 2차 조사를 위해 사흘 만에 다시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1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의 얼굴엔 희끗한 수염이 덥수룩했고, 회색 양복을 입었지만 넥타이는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1차 조사 때 청사로 들어가기 전 차량에서 잠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차에 탄 상태로 지지자들을 지나쳐 수원지검 안까지 이동한 뒤 하차했다. 이어 함께 온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약 10m거리를 천천히 걸어간 뒤, 포토라인을 형성하고 있던 취재진 앞에 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재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잠시 목을 가다듬은 이 대표는 “두 번째 검찰 출석인데 대북 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번 보겠다. 2년간 검찰은 변호사비·스마트팜·방북비 대납 모두 증거를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 보려고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건물 밖에서 응원가 ‘질풍가도’를 부르던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는 사이 담장 너머를 향해 “이재명”을 연호했다. 또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던 한 시민은 “당신이 국민의 희망입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12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원지검 출석을 앞두고 경찰과 이 대표 지지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김민정 기자

300명 모인 수원지검 앞, 소음으로 연이은 충돌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 대표 지지자 일부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몇시간 앞둔 이날 오전 10시 40분쯤부터 수원지검 앞에 모여들었고, 수원지검 앞 교차로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각각 집회를 위한 천막과 앰프 등 음향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오전까지는 이 대표 지지자 40여명, 보수단체 회원 10여명 정도만 있었지만, 오후들어 지지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야당 탄압, 검찰 스토킹 중단” “이재명과 함께 민주주의 수호” 등의 피켓과 구호가 수원지검 앞을 가득 채웠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엔 이 대표 지지자가 250여명, 보수단체 회원들은 50여명 정도가 모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은 기동대원 등 총 528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각 집회단체에 “3일 전 집회 때도 민원이 많이 접수됐으니 소음 기준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또 양쪽 집회 장소 모두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하고 규정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 모두 소음과 관련해 경찰과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왜 개딸(이재명 지지자)은 그냥 두고 우리한테만 소리를 낮추라고 하느냐”거나 “반대(보수단체)쪽도 가서 소음을 측정하라”는 항의가 양쪽에서 이어졌다.

집회에 참여한 이 대표 지지자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모(51)씨는 검찰 수사를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규정하며 “쌍방울 측에서 이 대표를 모함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던 한 70대 남성은 “이 대표님이 왜 이런 고초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 대표와 지지자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 광화문 집회에도 자주 나간다고 말한 한 60대 여성은 “이재명이 잘못해서 조사 받으러 온 것인데 개딸들은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이재명 구속’이 적힌 피켓을 연신 흔들었다.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원지검 출석을 앞두고 보수단체 지지자가 '이재명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손성배 기자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양쪽 집회 모두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 대표 출석을 앞두고 집회 열기가 극에 달한 오후 1시쯤 점심식사 후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확성기 소리에 귀를 막거나 인상을 썼고, “적당히 좀 해야지”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집회 장소에서 약 30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한 70대 주민은 “경찰차도 많이 오고 시끄러워서 나와봤는데 파가 나뉘어 싸우니 보기 거북하다”고 말하며 현장을 지켜봤다.

한편 이 대표에 대한 이날 조사는 출석 약 2시간만인 오후 3시 28분쯤 마무리됐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건강 상황을 고려해 주요 혐의에 관한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히 집중 조사했고, 3시 30분 현재 조서를 열람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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