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 위해 다시 검토돼야
사단법인 ‘전파통신과 법 포럼(의장 김남)’이 9월 11일(월), 양재 aT센터에서 ‘콘텐츠 산업 발전과 공정환경 개선에 대한 입법적 제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한계와 법안 시행 시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의의와 법리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최난설헌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행정기본법에도 법령이 상호간에 중복되거나 상충 되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문화산업 분야의 주요 불공정행위가 이미 상당 부분 타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고, 다른 법이 먼저 적용되는 경우 유사한 입법 행위에 대한 법 집행 절차 및 제재의 수위, 내용이 일관적이지 않게 돼 초래되는 혼란과 제재의 불균형 문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3조 제1항 금지행위에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각호에 따른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실제 정당한 이유는 희박하게 인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특히, 정당한 이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모두 사업자에게 있으며, 적용될 여지가 협소하여 사실상 규정된 금지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자 하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하며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는 이를 경험한 사업자들이 많지 않아 규제 불응과 규제 위반 사례가 빈번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이 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홍 교수는 “법안 통과 시 10년 후에는 K-콘텐츠 산업의 발전이 크게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법안이 콘텐츠 비즈니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홍 교수는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유통업자가 제작업자보다 언제나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가정하에 사업적 판단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법안의 모호성과 증명의 어려움으로 유통업자의 활동의 여지가 축소되어 긍정적 효과가 있는 행위도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로는 “금지행위의 불명확성과 증명 절차의 복잡성으로 산업내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소송 과잉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 영향으로는 “법안이 문화상품의 완성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금지하면서 문화상품의 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결국 이용자의 후생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홍 교수는 이 법안이 여러 측면에서 문화산업 전체의 위축을 초래하고, 법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또한, 이 법안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는 법령 적용에 있어 문화상품유통업자와 문화상품제작업자를 겸하거나 협업을 하는 경우 해당 법령 해석과 적용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에 최근 발생한 검정고무신 사태를 예로 들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이 법안이 일명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으로 불리며 이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해당 사례는 제작자와 저작권자 사이의 문제지만 해당 법안은 제작자 간의 관계에 대한 규정이 없어 검정고무신 사태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제13조 제2항 제2호는 문화상품유통업자를 수범주체로 지재권 무상 양수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으나 검정고무신의 사례는 출판업자와 작가(문화상품제작업자) 간의 문제이므로 해당 조문만으로는 출판업자가 문화상품제작업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문제 예방이 힘들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추가적으로 “그간 공정거래에 관한 사항은 산업에 제한없이 공정위가 담당하고 있었으며, 전기통신사업법, IPTV법 등에서 분야 전문기관이 규제를 담당하는 것과 관련해 공정위에서 반반대한 것과 달리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에 대해서는 문체부의 권한에 대해 공정위가 협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어떤 산업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주무관청이 진흥하고, 시장에 나온 순간부터는 공정위가 담당한다는 입장이 본 법안의 사례를 통해 변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최난설헌 교수도 “방통위와 문체부 간 관할 문제로 동 법안에서 방송법에 적용을 받는 지상파, 케이블TV등을 제외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사업자 상호 간에 한하여 법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사업자가 아닌 기타 사업자(OTT, 일반 콘텐츠 유통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취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병철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는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김영규 실장(한국인터넷기업협회)은 “OTT사나 웹툰 플랫폼의 경우, 단순히 유통만 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품 기획 및 제작, 투자까지 하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규율할 지도 우려된다”며 “규제 시 유통업자와 제작업자 간에 무조건적인 갑을 관계에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법무법인 세종)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접근에 대해 ‘규제만능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콘텐츠, 미디어 분야에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버래핑(Overlappin)되는 영역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부처 간 중복적으로 개입하거나 법률간 중복 규율 사항이 많이 발생하는데, 규제만능론적으로 접근하면 규제 증폭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자율규제 TF에서 소위 갑을 관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로 접근하고 독과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 있으나 이 법안은 이와 반대로 갑을 관계에 있어 법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라며 “전체적인 정책 기조가 일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민 교수(가천대)는 “웹툰 플랫폼과 웹툰 작가 사이의 관계는 예술 창작 영역에서 퍼블리셔와 예술가의 관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관계와 유사하다”라며 “이러한 관계에 정부가 개입해 둘 사이의 관계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 자체로 산업이 상당히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제작자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점”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법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 관점에서는 콘텐츠 관련 시장에서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소비자의 선택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법안은 콘텐츠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측면과 미리보기, 무료이용, 가격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선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법안이 시장에 참여하는 창작자 관점에서의 공정환경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고려돼 있지 않으며, 콘텐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좌장을 맡은 오병철 교수(연세대)는 “이 법안이 대형 성공을 거두었을 때라는 특정 상황만을 전제로 하고 결과론 적인 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법안을 그대로 진행하기 보다 법리적으로 산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측면과 소비자 보호 측면을 신중히 검토하고 난 후에 정치권 내 정리가 필요한 부분까지 정리하고 나서 그때 다시 법 제정과 통과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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