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줘도 통합은 싫어”…글로컬대학 앞둔 지방대 파열음[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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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당 1000억원…글로컬대학 선정 앞두고 통합 갈등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충북대 캠퍼스. 학생 100여 명이 대학본부 앞에서 충북대-한국교통대 통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최근 온라인에서 결성한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대학 통합 과정에서 빚어진 절차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충북대 교명 변경이나 유사 학과 교통대 이전 불가, 졸업장 분리 발행, 통합 찬반 투표 시 온·오프라인 병행 등을 요구했다. 연합대표 길모(21·건축공학과 3학년)씨는 “학생도 교수·교직원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학교 구성원으로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학생이 참여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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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학생 “졸업장 분리 발행” 촉구
충북대와 교통대처럼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30을 신청한 전국 대학은 부산대와 부산교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 등 4곳이다. 안동대(11일~15일)와 경북도립대(12일~15일)는 통합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강원대는 오는 14일~15일 투표한다. 충북대는 오는 19일 학생(1만5000여 명), 교수(780여 명), 직원(500여 명)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투표를 한다. 교통대는 20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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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부산교대 통합…교대 동창회서 반대
학생 정모(24)씨는 “교통대가 통합을 전제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청주에 있는 공과대학을 충주에 있는 교통대로 이전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일부 학생이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대는 지난 5일 충북대 공개토론회에서 나온 고창섭 충북대 총장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교통대 총학생회 등이 참여한 글로컬대학 30 학생추진위원회는 “고 총장이 ‘교명 변경에 대해 협의는 하겠지만,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발언한 것은 양 대학 통합을 (충북대로) 흡수통합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학 통합을 전제 조건으로 건 각 대학에선 크고 작은 파열음이 나고 있다. 부산대는 부산교대와 통합안을 내세워 부산에선 유일하게 글로컬대학 사업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됐다. 두 대학은 2021년 4월부터 통합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부산교대 동창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부산교대 동창회는 오는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과 용산 대통령실 등지에서 ‘예비지정 대학 선정 철회 촉구’ 집회를 열 계획이다. 부산대가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재학생과 교직원 등 2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한 교원 찬성률은 86.7%, 학생 찬성률은 43.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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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삼척캠퍼스 동문회 “지역 소멸 우려” 반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통합을 놓고 동문회와 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총동문회는 “강원대는 삼척·도계 캠퍼스 동문과 지역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없이 강릉원주대와 통합을 전제로 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진되면 삼척ㆍ도계 캠퍼스 입학생이 급감하고 지역 소멸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에서는 투표에 앞서 공청회 등을 통해 동의를 구했다고 한다. 두 대학 관계자는 “외부에 드러난 반대 목소리는 없지만,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교직원과 학생·동창회 의견을 두루 살펴 통합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춘천·부산=최종권·박진호·김민주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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