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천박사' 송강호 '거미집' 하정우 '보스톤'…추석은 누구 것?
여름 극장가에 이어 추석 대목을 꿈꾸는 영화계에선 또 한 차례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추석 연휴 전날인 27일, 한국 영화 대작 세 편이 동시 개봉한다. ‘거미집’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다.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서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엿새 동안 이어진다.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여름 극장가에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등 한국 영화 대작 3편이 출혈 경쟁을 벌인 게 한 달여 전이다. 8월 극장을 찾은 관객이 1456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반토막도 안 된 가운데 세 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511만 관객이 든 ‘밀수’ 뿐이다.
━
“우리는 우리 이름으로 못 뛰었으니까” -‘1947 보스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일제강점기 일본 대표 기타이 손이란 이름으로 출전한 24세 손기정(1912~2002)은 2시간 29분 19초로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그리고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달린 스물 네 살 서윤복(1923~2017)도 1위에 올랐다. 2시간 25분 39초, 손기정의 세계 기록을 11년 만에 경신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사실이다. 사극에서는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지만, 베를린과 보스턴 사이 11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이 많다. 1936년 세계 기록을 세우며 시상대에 올랐지만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고 월계관 화분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린 손기정(하정우)은 승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제는 그에게 “다시는 육상을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해방 후 가장 오랜 마라톤 대회,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서윤복(임시완) 훈련을 맡는다. 베를린 동메달리스트로 함께 시상대에 섰던 남승룡(배성우)이 조력자로 나섰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다. 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이전인 1947년, 미군정의 통치를 받던 한국은 난민국으로 분류돼 미국에 입국하는 대표팀도 거액의 보증금과 현지 보증인이 필요했다. 국민 성금으로 가까스로 비용을 마련한 손기정ㆍ서윤복ㆍ남승룡은 미 군용기를 타고 괌ㆍ하와이ㆍ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보스턴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들의 설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과장 없는 연기와 고비고비 위기 극복 스토리가 '국뽕' 우려를 잠재웠다. 차곡차곡 쌓은 설움 끝에 그려낸 마라톤 대회 15분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대학 때부터 육상 영화 '불의 전차'를 보고 매력에 빠졌다"는 그가 만든 ‘달리기 영화’다. 12세 관람가. 108분.
━
“김 감독 현장은 막장에 콩가루야” -‘거미집’
지난 5월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12분 기립박수를 받은 ‘거미집’이 국내 관객과 만난다. 1998년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밀정’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한 다섯 번째 영화다.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의 독보적인 감각과 창의력을 닮은 영화가 ‘거미집’”이라며 “김지운은 ‘거미집’ 같은 존재여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욕망의 덩어리”라고 애정을 보였다.
1970년대,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 감독(송강호)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에 대해 며칠 동안 같은 꿈을 꾸는 참이다.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는 집착 속에 딱 이틀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인 백 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 “김 감독 현장은 막장에 콩가루”라며 납득 못 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가까스로 모은 현장에서 원로배우(박정숙)는 베테랑 배우(임수정)와 신경전을 벌이고, 떠오르는 스타 배우(정수정)는 바쁜 일정을 들어 도망갈 궁리에 바쁘다.
신중현 작곡, 김추자가 부른 ‘나뭇잎이 떨어져서’,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등 옛 노래들이 70년대 정서를 한껏 부추긴다. 칸 공개 후 “영화 만들기의 본질에 대한 정당하고 감동적인 고찰. 오직 김지운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할리우드 리포터), “예상했던 것보다 코미디의 강도가 더 세서 놀라웠다. 독특한, 유일무이한 작품”(일본 에이가 닷컴)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지운 감독은 “인생이 온갖 아이러니와 고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갔듯 영화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15세 관람가. 132분
━
“건당 천만 원이어서 천박사라 들었어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대대로 마을 지키는 당주집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귀신을 믿지 않는 천박사(강동원)는 귀신 같은 통찰력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가짜 퇴마사다. 리모컨 폭파 장치와 조명탄만큼이나 폭발력 있는 상황극 연기의 ‘강도령’으로 더 알려진 기술 담당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함께 유튜브 퇴마 채널 ‘하늘천 TV’를 운영한다. 신빨보다 말빨, 퇴마란 귀신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상대하는 일이라고 믿던 천박사가 귀신 보는 의뢰인 유경(이솜)을 만나 악귀 범천(허준호)을 상대하는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조감독 김성식의 첫 연출작이다. 액션ㆍ판타지ㆍ코믹을 버무린 밝고 경쾌한 오컬트물. ‘기생충’의 벙커 부부 이정은ㆍ박명훈의 깨알 같은 오마주도 만날 수 있다. 강동원이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 등에서 입증한 코미디 장기로 ‘더 문’의 흥행 참패를 기록한 영화 명가 CJ ENM을 살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12세 관람가. 98분.
이들보다 한 주 앞선 21일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출사표를 던진다. 2002년 1편이 나온 코미디 프랜차이즈 ‘가문의 영광’의 6편이다. 1편에 500만명이 웃었지만 11년 전 5편은 116만 관객에 그쳤다. 조직폭력배 집안의 막내 사위 맞이 스토리가 반복되는 가운데 직업은 좀 달라졌다. 1편의 서울대 법대 엘리트 사윗감이 스타 작가로 바뀌었다. 2편부터 가문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김수미는 “작품성 없다. 그냥 코미디다. 그냥 생각 없는 분들 오시라”는 색다른 홍보 멘트를 내놓았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 조사 받은 화사…학부모 단체 "바바리맨보다 더 악영향" | 중앙일보
- 아내 외출한 사이…친딸 성폭행한 아빠, 2년 전엔 강제추행 | 중앙일보
- 손흥민, 팬 셀카 거절…"아이폰은 안 돼요" 만지지도 않는다 왜 | 중앙일보
- 개딸들 '쯔양' 킹크랩 먹방 때릴 때…"잘 먹었다" 이재명 횟집 논란 | 중앙일보
- “몇 천 넣고 수억 벌었대” 부동산 경매, 시작은 등본 | 중앙일보
- [단독] 배우 이영애, 계좌 열기도 전에 "이승만 기념관 기부할게요" | 중앙일보
-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대전교사 가해 학부모 항변 | 중앙일보
- 심정지 피해자 앞에서 "목마르다"…최윤종 끔찍한 체포 순간 | 중앙일보
- "난 촉법소년" 대전 교사 가해 학부모 신상 폭로 계정 난리났다 | 중앙일보
- '냉장고 영아살해' 친모 또 임신…변호인 "남편 피임 안하냐" 호통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