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홍범도 흉상 논란…이종섭 국방장관, 결국 사의 표명
이종섭 국방장관이 12일 사실상 장관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국방부는 이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아직은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지만, 여권에선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이미 사의가 전해졌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인사가 난다면 발표하며 왜 이번 인선이 이뤄지고, 후임자를 왜 선택했고, 정책방향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교체를 전제로 한 듯한 답변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고(故) 채모 해병대 상병의 순직 사고와 관련해 “해병대의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순직 사건이 본질과 관계 없는 항명 사건과 논란으로 번진 것도 이 장관의 책임이 크다는 게 부 안팎의 지적이었다. 또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군이 논란의 중심에 서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군 내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 거래’를 위한 북ㆍ러 정상회담을 강행하는 등 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공식화하자, 이 장관이 안보 공백을 우려해왔다는 말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무회의를 앞두고 이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킬 경우 장기간 안보공백이 불가피해진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할 것을 놓고 깊은 고민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특히 “지금은 모든 것을 떠나 최소한 안보공백만은 반드시 막아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미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안보 상황에서 국방장관의 업무정지 및 공백 상황은 막아야한다는 실질적 고민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에 대해 헌정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소추를 추진했고,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탄핵안을 기각할 때까지 167일간 업무에서 배제돼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이종섭 장관에 대해서도 “국방장관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고, 민주당은 이 장관을 탄핵한다”는 입장을 내며, 사실상 당 차원의 탄핵 추진을 지시했다. 국회법상 국무위원의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150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단독으로 탄핵소추안 처리가 가능하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재의 결정까지 직무정지 상태가 되고 사퇴는 물론 장관 교체도 불가능해 진다.
다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북한 무인기 대응 등도 그렇고 여러 차례 중첩된 사안들이 있었다. 오랜 기간 논의와 고민이 이뤄진 결과”라며 “야당 탄핵 때문에 서둘러 사의 표명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대통령실도 국방장관 교체로 가닥을 잡은 것이지, 야당의 압박이 동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이 장관의 후임으론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육사 37기)이 우선 거명된다. 신 의원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동참모차장을 거쳐 2016년 1월 전역(예비역 중장)한 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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