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성기능 부작용, 결코 쉽게 넘겨선 안 됩니다"

이춘희 2023. 9. 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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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우 성의학 클리닉 원장
"성기능 부작용, 10% 넘을 수 있어"
"약 끊어도 돌아오지 않을 수도"

"탈모약 복용으로 인한 성 기능 부작용은 10% 이상에서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한번 생긴 성 기능 부작용은 약을 끊어도 돌아오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 원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성의학 박사 부부로 국내 대표 성의학자로 꼽히는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 원장은 4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호르몬은 함부로 건드리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처음에 출시할 때는 없었던 '탈모약을 끊어도 부작용으로 생긴 성기능 장애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탈모약 복용과 이로 인한 발기부전, 성욕저하, 사정 장애 등 성 기능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형 탈모(안드로젠 탈모)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다. 2차 성징을 발현하고 발육을 촉진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과 피지샘에 있는 5-α 환원 효소(5AR)와 결합하면 DHT가 된다. DHT가 두피의 모낭을 위축시키고 가늘어지는 연모화를 유발해 탈모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 현재 주로 쓰이는 남성형 탈모치료제들은 5AR의 작용을 억제해 탈모를 막는 기전이다. 강 원장은 "DHT는 탈모만 일으키는 물질이 아니라 2차 성징, 성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남성 호르몬의 여러 형제 중 하나인 셈인데 이 호르몬 간 균형을 깨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부작용인 성기능 장애를 포함해 우울증, 자살 충동 등 정신적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DHT는 1형과 2형으로 나뉘는데 피나스테리드는 2형만을 차단하고, 두타스테리드는 1·2형 모두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FDA 등에서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은 피나스테리드와 달리 두타스테리드는 한국·일본에서만 승인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자료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는 12개월 투여 시 투약군 3.8%, 위약군 2.1%에서 1개 이상의 성 기능 관련 이상 반응이 경험됐다. 두타스테리드도 투약군에서 5%, 위약군에서 3%의 발기기능장애가 보고됐다.

강 원장은 "사실 이들 성분은 장애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됐다"며 "2차 성징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XY염색체를 가진 남자 태아임에도 음경이 발달하지 못한 채로 태어나 여자아이로 오해하게 되는 '게베도세즈' 병에 대한 연구가 그 시작이라는 것이다. 게베도세즈 병은 유전적 문제로 5AR이 선천적으로 부족해 DHT가 생성되지 않아 생긴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머리가 잘 빠지지 않고 전립선이 지나치게 작은 것을 보고 이를 따와 전립선비대증약, 그리고 같은 성분의 호르몬계 탈모약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령 등 개인별 상황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모든 사람이 탈모 치료제를 먹는다고 발기부전이 생기지는 않지만 10% 정도는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원래 조루, 발기 저하 등 성 기능이 안 좋거나, 중년 이상의 연령으로 성 기능이 떨어질 수 있거나, 탈모약 복용 후 성 기능이 안 좋아진 경우 등은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인 남성의 남성형 탈모 치료 적응증은 피나스테리드는 18~41세, 두타스테리드는 18~50세에 한해 승인돼 있다. 이어 "최근 두피에 직접 뿌리는 제형의 피나스테리드 제품도 국내 도입됐는데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먹는 약에 비해 국소 제제의 전체적 부작용 빈도가 낮아지는 만큼 탈모약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도 전했다.

강 원장은 "많은 이들이 복용을 중단하면 성 기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여기지만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도 짚었다. 이 역시 두 성분 모두 허가 사항에 투여 중단 후에도 성기능 장애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적시된 내용이다. 그는 "성 기능도 어디까지나 기능인만큼 실패 후 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수행 불안'이 기능 장애를 더 악화한다”며 "성 기능 부작용을 치료할 때 이 부분 또한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강 원장은 "탈모약으로 인한 발기부전 치료에 발기약을 주는 건 원인 치료가 될 수 없다"며 "탈모약 복용으로 인한 성기능 부작용은 호르몬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약물 치료·별도의 호르몬 치료와 식습관·생활 습관을 잡고, 혈관이나 심리 문제 등 중복된 배경 문제를 개선하는 다양한 원인 치료와 성 반응의 균형을 되잡는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의사가 다루기엔 다소 복잡한 분야인 만큼 성의학을 두루 제대로 배운 전문 의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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