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韓 기업 피해 우려
美 첨단 공급망과 中 중심 범용망으로 양분될 것
“대중 추가 제재 대비해야…반도체 환경개선 필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에 큰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만큼 미국의 라이선스 결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나오면서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다만,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과 대만 기업은 1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상무부는 내달 재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장비 반입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화웨이 사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IEP는 ”미국이 라이선스를 부여하더라도 언제든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고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2021년까지 미국 반도체 수출입은 정체됐으나 중국은 급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0년 당시 글로벌 반도체 수출 20.67%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성장이 느려지며 2021년 5.35%로 급락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15.74%에서 4.36%로 감소했다.
중국은 2000년 이후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수입이 매년 25.08% 증가했다. 2021년 글로벌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 1위에 오르는 등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16개 분야로 분류해 주요국 경쟁력을 비교·분석한 결과 중국은 광반도체와 실리콘웨이퍼 분야에서만 경쟁력을 보유했다. 다른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했으나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 전 분야에서 경쟁력이 크게 향상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웨이퍼 제조공정, 집적회로 반도체 부품, CPU(중앙처리장치)에서 경쟁력이 있고 그 밖의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일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 대만과 경쟁관계에 있지만, 대만은 주력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일본과 보완적 관계에 있다.
보고서는 대중 반도체 제재는 중국의 기술적 한계와 낮은 경쟁력으로 고급 반도체 제조역량 강화에 큰 장애 요인으로 판단했다.
중국은 대만(36%), 한국(20%), 일본(6%), 미국(4%) 등 반도체 전체 수입의 66%를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무역적자도 약 3000억 달러에 육박해 상당 기간 고급 반도체 산업 제조역량 강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상업적 분업을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범용 반도체 생산에서도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이는 향후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과 ‘범용 기술에 기반을 둔 중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으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했다.
KIEP는 미국 추가 제재에 따른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기업 해외 투자는 2005년을 기점으로 2020년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형곤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내 생산 공정의 분업화를 위한 투자였는데, 현시점에서는 제재 영향이 심각히 우려된다”며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은 끝나지 않을 전쟁이고 국내 반도체 생산역량을 늘려 반도체 제조 허브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 국내유치를 위해 제조 혁신과 환경 개선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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