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주택시장에서 금리보다 중요한 것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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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동산 시장은 참 이상하다.
총부채상환비율(DSR)도 그대로이고 금리가 내린 것도 아닌 데도 불구하고 주택대출이 증가하면서 시장을 돌려세웠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이 갖는 고유한 속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며 비판한 것이다.
특례론만으로 시장이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가계대출 추이와 주택가격의 추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지표가 특례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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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동산 시장은 참 이상하다. 금리는 여전히 높고 주택가격도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상반기 서울 +10%, 광역시 +2% 등으로 집값이 회복했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SR)도 그대로이고 금리가 내린 것도 아닌 데도 불구하고 주택대출이 증가하면서 시장을 돌려세웠다. 무엇이 달라져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지난해 한국은 유례없는 금리인상 속도 속에, 총 가계의 DSR이 4분기 40.6%를 기록할 정도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정부당국이 정한 가계대출 마지노선 DSR 40%를 돌파하면서, 이론적으로는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주택의 매수수요가 서울시 기준으로는 평년의 10분의 1 수준에 이를 만큼 위축됐다. 월간 거래가 1000건이 되지 않는 달도 많았는데, 이는 서울 주택이 총 370만가구 수준임을 고려하면 한 달에 0.025% 수준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주택수요를 살리기 위해서 올 1월30일 44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게 되는데 9일 만에 신청액 10조원에 도달하며 역사상 최대 수준의 대출수요로 이어지게 된다. 특례론의 특징은 DSR에 적용받지 않도록 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만들었다.
금리는 시스템이고, 특례론은 프로그램이다. 경제정책에서 프로그램은 특정 자산 시장에 미시적으로 개입해서 영향력을 직접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시적 개입이지만 그 규모가 거시적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운용하면서 유명해진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2022년 말 미국 채권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에 의해서 조작되면서 경제를 잘 보여주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지 10년이 되어간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QE라는 10년 만기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2차(2010년), 3차(2012년)로 집행하면서 수천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만큼 매수하기 시작하자 인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고 채권가격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이 갖는 고유한 속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며 비판한 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간 특례론 수준의 프로그램이 없었다가 부동산 시장 역사상 세번째에 해당하는 경착륙이 있던 2022년 말에 기획돼 올해 시행됐고, 정책적 목표인 시장안정화도 이루게 됐다. 특례론만으로 시장이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가계대출 추이와 주택가격의 추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지표가 특례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내년 혹은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시장이 위축될 때 또다시 수십조원 규모의 특례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택에 대한 위험선호를 높이고, 시장이 무너지면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준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2010~2012년에 있었던 미국 채권시장에서의 일과 어쩌면 동일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우주비행사이자 미 이스턴항공 최고경영자(CEO)였던 프랭크 보먼은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와 같다"며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기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비판한 바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위기가 오히려 정부의 직접적 개입으로 발생하게 됐다는 것을 반면교사하면서 나왔던 말이다. 2024년을 몇 달 앞둔 지금, 주택 시장의 향배가 금리나 가계, 주택공급업체가 아니라 특례론을 집행하느냐 마느냐는 정부당국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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