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유력’에 “미치겠다” “실화냐”
일부 의원 “쓰던 사람을···이건 진짜 아니다”
내년 총선 악영향 우려 목소리도 잇따라
“하아…미치겠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실화인가. (공식)발표할 때까지 안 믿을 거다.”
“국민하고 싸우자는 건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72)을 지명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12일 나온 여당 의원들의 반응이다. 유 특보는 이명박(MB) 정부 때인 2008~2011년 이미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유 특보가 장관에 임명되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MB 정부 장관 출신 윤석열 정부 장관이 된다. 또한 지난달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동관 전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와 함께 MB 정부 출신이자 윤 대통령 특보 출신인 둘이 윤석열 정부 언론·미디어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MB 정부 인사들이 득세하는 데다, 이미 장관을 지낸 인사를 또 다시 기용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개각을 통해 국민들에게 쇄신 이미지를 심어주기보다,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유 특보는 문체부 장관 시절인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라고 한 사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관 재임 초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그가 문체부 장관을 지낼 때 국가정보원이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이뤄졌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 인사를 리바이벌(revival·재상영)하는지 모르겠다. (여당이니) 실드쳐야(옹호해야) 하는데 말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자꾸 쓰던 사람을 다시 쓰는 게 무슨 큰 뜻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건 진짜 아니다”라며 “(장관 시킬) 사람이 너무 없으면 차라리 (박보균 현 문체부 장관을) 계속 시키면 더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출신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BTS의 대한민국인데, 그런 역동적인 문체부에 올드(old)한 장관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사를 올리는 자리에 MB 사람들이 다 버티고 있다. 다른 사람이 올라오는 걸 다 막고 있는 상태라 인사의 폭이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누가 그 사람들이 장관감이라고 생각하겠느냐”고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유 특보에 대한) 공통된 이미지에 대해 별로 고려치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중도·부동층을 의식하기보다 자기 우군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개각을 통해 뭔가를 쇄신하거나 분위기를 전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너무 여론을 안 살핀다. MB 정부 출신으로 정말 다 채울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자조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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