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든 형사들, 야산 헤집고 다녔다…신종 '마약 던지기' 수법
7월 인천 연수구의 한 교회 뒷산에 형사들이 나타났다. 삽을 들고 흙을 헤집자 10ml 합성대마 카트리지 수백개가 발견됐다. 운동기구가 있어 주민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었다. 이곳에 마약을 묻은 건 마약조직의 국내 유통책인 A씨(30대)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택가 골목길 실외기나 우편함 등 구석진 곳에 마약을 은닉해 거래하는 던지기 방식을 활용했지만, 도난 사건이 발생해 산속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마약을 넣었다”고 진술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안동현)는 필로폰 등 마약류를 유통한 일당 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필로폰 2.3㎏(7만6000명분), 합성 대마1355ml(2258개 분량)를 압수했다.
경찰은 7월 마약 운반책 검거를 시작으로 국내 유통책 A씨 등을 연이어 붙잡았다. 마약을 밀수해 A씨에게 전달하는 밀수책인 미국인 B씨(29)도 붙잡았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총책 C씨가 국내 유통책 A씨에게 “밀수책 B에게 마약을 수령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경찰은 검거 작전에 나섰다.
A씨로 가장한 경찰은 지난달 2일 오후 4시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길가에서 B씨를 만나 가방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지 않아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자, B씨는 “Trust me(나를 믿어라)”라며 “가방 옆면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이 가방 옆을 찢자, 진공포장된 2㎏ 상당의 필로폰이 발견됐다. 경찰은 B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B씨 검거 직후 , 그가 지난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한 갱단 두목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태국 사법당국이 B씨를 적색수배하지 않아, 관광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지난해 3월 부산지검에서 수사 중인 필로폰 1.5㎏ 밀수사건의 피의자로 드러나 부산지검의 조사도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조직의 총책 중국인 C씨(29)를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하는 등 쫓고 있다. 경찰은 C씨 등이 동남아·미국 등 다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마약을 밀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자전거 안장, 야구 배트 등에 마약을 숨겨 태국(5회)‧미국(1회)발 항공특송화물로 필로폰을 밀수입한 조직의 총책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B씨의 마약 밀수를 도운 미국인 D씨(29)에 대해서도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D씨 역시 파타야 갱단 두목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계한 정황이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체류 중인 C씨·D씨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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