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에 파묻어 마약 유통한 일당 검거…7만6000명 투약분량 압수

야산 땅속에 파묻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7만6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마약을 압수했다.

12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미국 국적의 A씨 등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외 체류 중인 중국 국적의 총책 B씨, 미국 국적의 밀수입 공범 C씨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달까지 전국 주요 도시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10일 판매자가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두면 구매자가 가져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수도권 일대 던지기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국내 유통책 7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 가운데 베트남 국적의 D씨는 지난 7월25일부터 8월10일까지 3회에 걸쳐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 등에서 합성대마 3800㎖를 제조해 국내 유통책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마약류 투약자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필로폰이 추가 거래된다는 첩보를 확보해 거래 현장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2일 미국발 항공편으로 국내 입국 시 여행객으로 가장해 가방에 필로폰 1.95㎏을 은닉하는 등 마약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태국에서 마약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금전 이권 다툼으로 인해 2015년 11월 파타야에서 두목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태국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추가 수사를 통해 중국 국적 B씨가 총책임을 밝혀냈다. B씨는 해외에서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류 밀수입 범죄를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밀수입 범죄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사용했다.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항공특송화물인 야구배트, 자전거 안장, 주방용품 등에 마약을 숨겨 밀수입했다. A씨 역시 B씨의 지시를 받고 자신의 가방 격벽에 필로폰을 은닉해 밀수입했다. 경찰은 미국 행정당국과 공조수사를 통해 C씨가 항공특수화물인 야구배트에 필로폰 500g을 은닉해 밀수입한 것을 확인했다.

신종 던지기 수법도 확인됐다. 국내 유통책들은 마약류를 전달하기 위해 인근 야산 땅속에 마약을 묻는 방식으로 마약을 숨겼다. 기존 던지기 수법은 대부분 주택가 골목의 실외기나 아파트 우편함을 이용하는데, 도난되는 경우가 발생하자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필로폰 2.3㎏, 합성대마 1355㎖를 압수해 국내 유통을 사전 차단했다. 이는 각각 약 7만6000명 투약분, 카트리지 2258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집중단속과 연계해 SNS,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마약류 유통 사범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며 "마약류 유통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범죄로 신고 시 그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는 동시에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니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