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모디 띄운 G20, 뉴델리 폐쇄 비용만 1600억원"
인도 정부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야심작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수도 뉴델리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이 기간 민간 기업들이 상당한 경제 손실을 입었다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사흘 간 인도 정부는 뉴델리의 관공서와 은행, 상업 시설과 주요 도로를 폐쇄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만큼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뉴델리 외곽까지 약 10만 명의 군·경을 투입해 외부인의 통행을 막았다. 주변 도시에서 뉴델리로 통근하는 유동인구 40만 명도 급감했다. 이 때문에 “G20를 위해 도시 전체가 멈춰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이번 G20 기간 도시 폐쇄로 인한 뉴델리의 경제적 손실을 100억 루피(약 1억 2000만 달러, 한화 1590억원)로 추산했다. 브리제시 고얄 인도 상공회의소(CTI) 의장도 “엄격한 보안 조치로 인해 주요 시장의 방문객 수가 평소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모디 총리는 G20 직전 성명을 내고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국민들에게 직접 주문했다. 그는 “G20는 온 나라의 책임이며, 우리나라의 명예와 위엄, 위신이 시민들의 손에 있다”면서 “앞으로 생길 불편에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는 이번 회의를 세계 무대의 인도의 존재감을 부각할 발판으로 여기며 올 초부터 공을 들여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행사 6개월 전부터 뉴델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광장과 로터리, 공항마다 모디 총리의 얼굴이 들어간 G20 광고가 곳곳에 내걸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광고 공세는 G20을 띄우려는 모디 정부의 야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모디 총리는 무엇보다 내년 인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인도가 이룩한 진전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로 G20을 활용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개막일에 G20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것도 인도 측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있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각국이 전례 없이 분열한 가운데, 의장국인 인도와 이에 동조한 일부 서방국이 밀어붙여 ‘G20 뉴델리 리더십 선언’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비록 공동 선언문이 모스크바를 직접 비판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모디의 외교 정책이 승리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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