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하는 권익위조차 "한계" 언급…가족 쏙 빠진 의원 코인 조사
“우리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1대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한 12일, 권익위 ‘가상자산 특별조사단 단장’으로서 이날 브리핑을 맡은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한계’란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권익위는 전문조사관 30명을 투입한 ‘국회의원 가상자산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9월 18일부터 90일간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취득 및 거래와 상실 현황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국회의원의 가상화폐 보유와 신고 내용 간의 동일성뿐 아니라 입법 법안과의 이해충돌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단엔 경찰과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관계자도 일부 파견될 예정이다.
전문조사관 30명을 투입한 대대적 규모의 조사지만, 일각에선 ‘맹탕 조사’ 우려도 나온다. 자녀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코인 보유·거래 현황은 조사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동의가 필요한 해외 가상화폐 내역을 살펴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서도 열심히 조사할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조사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현재 답변을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장성훈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가족 등 차명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를 하며 이해충돌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사자만 조사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에 가깝다“고 말했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행정 조사의 경우 국회의원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서도 답답한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김남국 의원의 ‘코인 매매 사태’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른바 ‘김남국 사태’가 터진 뒤 국회의원 가상화폐 공개 여론에 불이 붙었고, 국회는 같은 달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속전속결로 본 회의까지 의결했다. 하지만 그 뒤 실제 조사범위 결정을 놓고는 지지부진했다. 4개월이 지난 뒤인 지난 4일에서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본인에 한해 조사를 받겠다는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권익위에 접수했다. 앞서 권익위에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냈던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당 의원도 양당이 제출한 양식에 맞춰 개인정보서를 다시 제출한 상태다.
이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LH투기 사태가 터지고 실시된 권익위의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보다도 후퇴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여야는 국회의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거래 위법사항 조사에도 동의했다. 권익위 조사결과 25명의 국회의원(민주당 12명, 국민의힘 12명, 열린민주당 1명)에 대해 불법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중 가족 비위 의혹과 연루된 의원만 10여명에 달했다.
권익위 조사 뒤 유일하게 사퇴했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본인이 아닌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원인이었다. 정치권에선 “부동산 전수조사를 한번 겪어본 의원들이 가상화폐 조사 때는 가족을 쏙 빼버린 것”이란 말도 나온다.
권익위는 이같은 한계에도 최선을 다하겠단 입장이다. 가상화폐 수사 전문가 등을 초청해 조사관에 대한 사전 교육도 진행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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