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美·中 고래싸움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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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와 낸드플래시 자체야 범용 제품이고, SK하이닉스가 미국 규제를 무시하면서까지 직접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했을 가능성은 없으니 현재로선 반도체 중간도매상 또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통해 화웨이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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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공급 불안·수출 악화 직격탄
기술력 등 독자적 생존력 키워야
중국 화웨이가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은 2020년부터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다. 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와 낸드플래시 자체야 범용 제품이고, SK하이닉스가 미국 규제를 무시하면서까지 직접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했을 가능성은 없으니 현재로선 반도체 중간도매상 또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통해 화웨이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로 첨단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중국 IT 기업들이 암암리에 반도체 사재기에 나선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들은 혹여 중국산 제품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도 나오는 건 아닐까, 이번 일로 미국의 제재나 보복 조치 등 애꿎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자유무역주의는 허울뿐인 구호가 됐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제조기술·첨단장비 유입을 철저히 막고, 이에 맞서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등 차세대 반도체에 쓰이는 원료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화학비료 생산기업들이 요소수 수출물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국당국은 보란 듯이 공공기관에서 애플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개발과 패권 경쟁이 자국 보호주의를 넘어 이제는 견제와 역습, 국가 간 편 가르기 등 새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자원을 무기로 삼은 중국의 도전과 맞불 작전에 미국은 더 강력한 기술 제재와 무역 압박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당장 2년 전처럼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른 생산 차질, 수출 악화 등이 계속되면 올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더 거세지면 국내기업의 중국공장 운영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치열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기업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키우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IT·배터리·바이오 등 각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출품목·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중국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기초체질을 갖추는 건 기본이다. 정부도 미국과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조치로 혹여 우리 기업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양 앞장섰던 미국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고, 이런 미국을 중국이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도발하는 상황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경제 문제가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늘 그렇듯 시장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국제 관계에선 영원한 적국도, 우방국도 없기 때문이다.
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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