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활동 종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남긴 것

최호림 2023. 9.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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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최용규씨는 1984년 군 복무 중 동생이 자해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최씨는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지내다가 2018년 뉴스를 보던 중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알게 된 김씨는 아들의 죽음을 조사해주는 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위로였고 희망이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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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림 기자]

창원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최용규씨는 1984년 군 복무 중 동생이 자해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신체 부검 중 보이는 동생 최승규 일병의 피멍들을 보며 동생의 죽음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동생을 가슴에 묻고 지냈습니다.
 
▲ 망인의 친형 최용규씨 고 최승규일병의 형
ⓒ 최호림

"그전에는 국방부에 전화를 했는데 '자살한 사람을 우째 순직처리를 하느냐'며 핍박을 놓더라고요."

최씨는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지내다가 2018년 뉴스를 보던 중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받아들인 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최씨 동생이 사망한 지 35년 만인 2019년, 최 일병의 죽음을 자해 사망에서 순직으로 재심사를 요청했고, 조사 끝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힘든 삶을 이어 가던 박상욱 이병의 어머니는 힘이 돼 준 아들이 2002년 군 복무 중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망연자실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자책하고 아들의 죽음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 고 박상욱 이병의 어머니 고 박상욱 이병의 고교 시절 사진과 망인의 어머니입니다.
ⓒ 최호림
 
"참 힘들었어요. 처음엔... 또 그때는 어떻게 간(사망 한) 그 내역을 잘 몰랐어요. 그냥 스스로 갔다고 해서 그것만 생각하고, 그때는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하지만 우연히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알게 된 김씨는 아들의 죽음을 조사해주는 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위로였고 희망이었다고 말합니다. 

"박상욱 이병의 어머님이 손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병석에서요. 어머님의 망인인 아드님이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되셨고 남편분과도 이혼하고 아드님도 군에서 자해사망으로 안타깝게 가시고 그런데 그분이 위원회에 진정접수를 하시고 순직이 인정되면서 어머님이 유족으로서 당당하게 순직보상금하고 연금을 수령하실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 변바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총괄과 사무관

현재 위원회의 조사관들은 그간 실전에서 쌓은 노하우가 위원회의 해산과 함께 사라질까?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원회 기록물 관리실에 가득한 자료들은, 지난 5년 간의 위원회의 성과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거기다 오래된 사망 사건들을 조사하다보니 대부분의 사건 관계자들이 나이가들어 돌아가시거나 연로해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위원회가 존속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기만 합니다.

"만 4년 동안 40건 정도의 진정사건을 접하면서 아쉬움과 조금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좀 더 잘할 수 있는 조사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에 위원회가 해산된다는 것이 아쉽고 간절함은 지금 좀 더 연장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 최성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 3과 조사관

2018년 9월 출범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현재까지 1787건의 진정사건과 66건의 직권사건을 조사해 64%에 달하는 1180건 진상을 밝혀냈습니다.

이밖에 취하 217건, 각하 151건, 기각 203건, 진상규명 불능 89건 등 결정을 내렸고
직권조사 13건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최근까지의 군 사망자 6만 2942명 중 위원회의 진정사건은 2.8%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 위원회 송기춘 위원장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우원회 송기춘(장관) 위원장
ⓒ 최호림
 
"한 명의 영웅도 잊지 않겠다. 이런 말씀을 대통령님도 주로 하시는데 진상조사를 하면 할 수록 묻히고 잊혀진 죽음들이 계속 드러나고 이런 부분을 그대로 방치한 채 위원회 활동을 종료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유족이 진정을 제기하든 않튼 문제가 드러났든 드러나지 않았든 이 분들에 대해서는 그분들의 죽음에 상응하는 적절한 예우가 공동체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활동을 해온 이 동력을 가지고 몇 년더 활동을 한다면 좋겠습니다." -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올해 9월 13일까지만 위원회가 활동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됐지만, 결국 9월로 위원회 활동은 끝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진실이 왜곡돼 잊힌 망인들과 또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군대의 명예까지 회복할 수 있었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앞으로는 상시기관으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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