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위험한 방러'…수행단으로 본 무기거래 의혹
정찰위성부터 잠수함까지 '위험한 거래' 의혹
北, 기술 이전받는 대신 노동력 제공 가능성
"러, 핵심기술 안 내줄 것…군사협력 상징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번 만남을 통해 대북 제재 속에서도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전쟁 물자 부족을 해결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오후 평양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출발했다. 이어 이날 일본 민영방송 TBS가 주도하는 뉴스네트워크 JNN은 러시아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하산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대좌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북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수행단에 최선희 외무상과 군 서열 1~2위로 꼽히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포함됐다. 특히 박태성 당 비서와 김명식 해군사령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등 핵심 인물들도 함께 방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에 '군사적 성격'이 짙다는 점을 방증한다.
군부 핵심 총출동…김정은, 위험한 거래 시도하나
먼저 박태성 당 비서는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찰위성은 핵탄두, 이를 실어 날릴 탄도미사일 등과 함께 핵무력 완성의 3대 조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북한은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능력과 달리 정찰 능력이 '깜깜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정찰위성 발사에도 모두 실패한 만큼 정찰위성 기술이 절실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잠수함 운용을 위한 기술 이전이 '위험한 거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명식 해군사령관의 수행단 포함이 주목되는 이유다. 북한은 지난 8일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10개를 갖췄다는 북측의 주장과 달리, 우리 군 당국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해군'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상 무력을 중심으로 한 연합훈련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급부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포탄, 소총 등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군수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은 이 문제에 관한 핵심 관계자로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 당시에도 지근 거리에서 수행한 바 있다.
고립 속 맞물린 이해관계…러, 핵심기술 내줄까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국제 제재 장기화로 인해 활로가 필요한 북한과 전쟁으로 서방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러시아는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가 바닥난 상태"라며 "북한에서 포탄을 넘겨받는 대가로 군사 기술 방면에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북측에 내줄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있다. 러시아의 북한 무기 구매와 북측의 노동력 제공 등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중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를 주시 중인 서방권의 감시가 양국 간 '위험한 거래'를 적발한다면,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는 러시아의 입지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아무리 우호국이라도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은 데다, 핵추진잠수함의 경우에는 기술을 이전한다 해도 실전화에 15년 이상 소요된다"며 "구식 무기나 소련제 부품이면 몰라도, 첨단 기술을 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상징적 의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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