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순신 영정 저작권 분쟁, 이번이 끝이 아니다

서소정 2023. 9. 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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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권 화폐용 이순신 영정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3년여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내달 1심 판결 선고를 앞두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신 영정을 그린 고(故) 장우성 화백 유족 측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분쟁이라는 점도 관심의 이유지만 판결 결과에 따라 동전의 전면 교체는 물론 다른 지폐에 사용된 영정에 대한 저작권 분쟁으로 일파만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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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권 화폐용 이순신 영정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3년여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내달 1심 판결 선고를 앞두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신 영정을 그린 고(故) 장우성 화백 유족 측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분쟁이라는 점도 관심의 이유지만 판결 결과에 따라 동전의 전면 교체는 물론 다른 지폐에 사용된 영정에 대한 저작권 분쟁으로 일파만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100원 동전의 교체 가능성을 불러일으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100원 동전은 92억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분쟁의 끝은 단순히 저작권 논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은 표면적인 갈등일 뿐 이와는 별도로 더욱 중요한 논란이 아직 미결인 상태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새로운 분쟁의 시작일 수 있다.

장 화백이 그린 이순신 영정은 박정희 정권이던 1973년 국내 첫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표준영정은 한 인물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이다. 하지만 장 화백이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고 친일 행적, 복식 고증 오류 등이 논란이 되면서 장 화백이 그린 그림을 표준영정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로 인해 한은은 장 화백의 그림이 표준영정 지정에서 해제되면 동전을 전면 교체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하지만 표준영정 지정 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문체부가 2020년 하반기부터 심의를 진행 중이지만 수년째 "종합적인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영정심의위원회가 열리긴 했지만 이순신 영정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심의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100원 동전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5000원권(율곡 이이), 1만원권(세종대왕), 5만원권(신사임당) 화폐영정의 근거자료가 된 표준영정을 그린 화백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이순신 영정의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되면 다른 지폐들도 줄줄이 교체 이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친일 찬반 논란이 첨예하고 사회적 갈등 소지가 높다고 해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옳지 못하다. 국가가 쓰는 지폐의 초상화는 그 나라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정부는 지루한 논쟁을 끝내고 답을 내려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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