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부상 딛고…'인빅터스' 韓 첫 女선수 메달 따냈다
“‘나도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3 독일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 중인 대한민국 선수단이 대회 3일째인 11일(현지시간) 첫 메달을 땄다.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육상 1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은주(여·45)씨는 “‘내가 너를 응원할게, 너도 나를 응원하고 있어’라고 서로를 격려하는 사이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뭔가 했던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며 이처럼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빅터스 게임에 대한민국 첫 여성 선수로 참가하게 돼 설레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컸다"며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였는데, 은메달을 획득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창시절 단거리 육상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던 경력을 지녔지만 이번 대회 수상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군 복무 중 입은 세 차례 부상으로 오랜 기간 운동을 못한 그는 전날(10일) 예선 3위에 그쳤다.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아 감격스러웠다는 이씨는 메달 수여식에서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히더니 “오늘이 생일이라 소중한 생일 선물이 됐다”며 “다치고 나서 15년 동안 운동을 못한 채 지난 8월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면서 ‘제발 꼴등만 면하자, 생일날 결승만 뛰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전날 인빅터스 게임 유치 의사를 밝힌 한국 선수단은 이날 미 상이군인 체육대회 ‘워리어 게임’ 출전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스포츠 외교전을 이어갔다. 뒤셀도르프를 방문 중인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은 이날 오전 미 상이군인 재활체육 프로그램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미 육군 데이비드 파스칼 부참모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6월 개최되는 워리어 게임에 초청 제안을 받았다.
상이군경회 관계자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상이군인들의 재활체육 발전을 위한 교류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내년 미 올랜도에서 열리는 워리어 게임에 선수와 임원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리어 게임은 상이군인의 재활과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미국 국방부가 주최하는 국제상이군인체육대회다. 미국을 비롯,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우크라이나 등 동맹국 상이군인 대표 300여명이 양궁, 사격, 싸이클, 육상, 수영 등 10개 종목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이 내년 참관단 파견을 시작으로 이후 대회부터 공식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하게 될 경우 인빅터스 게임과 워리어 게임에 이름을 올리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될 전망이다. 유을상 회장은 이날 은메달을 수상한 이 선수를 포함한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와 격려 만찬을 하며 "부상 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향후 예정된 대회에도 지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독일 뒤셀도르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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