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부상 딛고…'인빅터스' 韓 첫 女선수 메달 따냈다

이근평 2023. 9. 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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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1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23 인빅터스 게임'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해 2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이은주씨가 동료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공동취재단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3 독일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 중인 대한민국 선수단이 대회 3일째인 11일(현지시간) 첫 메달을 땄다.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육상 1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은주(여·45)씨는 “‘내가 너를 응원할게, 너도 나를 응원하고 있어’라고 서로를 격려하는 사이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뭔가 했던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며 이처럼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빅터스 게임에 대한민국 첫 여성 선수로 참가하게 돼 설레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컸다"며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였는데, 은메달을 획득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창시절 단거리 육상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던 경력을 지녔지만 이번 대회 수상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군 복무 중 입은 세 차례 부상으로 오랜 기간 운동을 못한 그는 전날(10일) 예선 3위에 그쳤다.

11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23 인빅터스 게임'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한 이은주씨가 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공동취재단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아 감격스러웠다는 이씨는 메달 수여식에서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히더니 “오늘이 생일이라 소중한 생일 선물이 됐다”며 “다치고 나서 15년 동안 운동을 못한 채 지난 8월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면서 ‘제발 꼴등만 면하자, 생일날 결승만 뛰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전날 인빅터스 게임 유치 의사를 밝힌 한국 선수단은 이날 미 상이군인 체육대회 ‘워리어 게임’ 출전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스포츠 외교전을 이어갔다. 뒤셀도르프를 방문 중인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은 이날 오전 미 상이군인 재활체육 프로그램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미 육군 데이비드 파스칼 부참모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6월 개최되는 워리어 게임에 초청 제안을 받았다.

상이군경회 관계자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상이군인들의 재활체육 발전을 위한 교류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내년 미 올랜도에서 열리는 워리어 게임에 선수와 임원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이 11일(현지시간) '2023 인빅터스 게임'이 열리고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미 육군 훈련 및 교리 사령부 데이비드 파스칼 부참모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워리어 게임은 상이군인의 재활과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미국 국방부가 주최하는 국제상이군인체육대회다. 미국을 비롯,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우크라이나 등 동맹국 상이군인 대표 300여명이 양궁, 사격, 싸이클, 육상, 수영 등 10개 종목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이 내년 참관단 파견을 시작으로 이후 대회부터 공식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하게 될 경우 인빅터스 게임과 워리어 게임에 이름을 올리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될 전망이다. 유을상 회장은 이날 은메달을 수상한 이 선수를 포함한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와 격려 만찬을 하며 "부상 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향후 예정된 대회에도 지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독일 뒤셀도르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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