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올해 북러수교 75주년… 빅이벤트 나오나
중·러 사이 멀어지자 잠시 소련과 소홀관계
김정은 집권 이후 정상회담 등 교류확대
북한과 러시아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다시 혈맹으로 공고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군사적인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은 광복 직후 김일성 주석이 소련 군정의 도움을 받아 권력을 장악해 공식 집권했다. 가장 먼저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가 소련이다. 이어 1960년대 '조·소 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조·소 군사원조 협정', '기술 및 경제 협조에 관한 협정' 등을 통해 소련으로부터 군사 원조와 경제 지원을 받는 등 오랜 기간 혈맹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중소 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른바 '등거리 외교'를 표명하며 소련과 거리를 둔 북한의 태도로 멀어졌다. 이어 소련이 북한의 반대에도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고 1990년에는 한국과 수교를 하면서 틀어졌다. 급기야 1995년에는 러시아와 북한을 동맹국으로 묶어주는 근거가 돼온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이 폐기됐다.
그러다 2000년 2월 9일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새로운 관계 수립을 골자로 한 '북러 우의·친선·협력 조약'(일명 '신조약')이 체결되고 같은 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러 모스크바 선언‘’ 발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1년 7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 러시아와 외교·경제 등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북·러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했다. 북러 관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더 밀접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25일 푸틴 대통령과 첫 북러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교류 확대 및 경협사업 활성화 등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에만 북러공동선언 22주년(7월 19일), 북러 모스크바선언 21주년(8월 4일), 조국해방의 날(8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극동 방문 20주년(8월 21일), 북한 정권 수립 74주년(9월 9일), 푸틴 대통령 칠순(10월 7일), 북러 수교 74주년(10월 12일) 등 다양한 계기로 친서와 축전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러시아 외에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한 나라는 시리아와 북한뿐이다. 북한은 DPR·LPR 재건 사업에 자국 노동자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러시아 등과 협의 중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영토 병합 선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는 것과 함께 경제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판매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러가 '적의 적은 친구'라는 이해관계 속에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놓고 전략적 제휴를 어느 때보다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전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 편을 들어온 북한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기를 러시아 측에 공급하고 있다는 정보가 미국 측에 의해 계속 공개되는 것도 북러의 밀착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반면, 러시아 역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무력도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를 반대하며 북한 역성을 들고 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 전략적 제휴 가속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양국 간 철도 화물운송도 2년 8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재개됐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전이 북러관계 질적 도약의 추동력이 됐다고 보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23 정세 포커스'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이 전쟁을 통해 국제질서의 '새판 짜기'를 노골적으로 시도함에 따라 양국은 반미 연대를 더욱 선명하게 구축하려는 목표를 공유하게 됐다"며 "더욱이 양국 모두 미국과 서방의 포괄적 고강도 제재에 직면하고 있어 이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와 밀착이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북한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군사협력은 더 끈끈해 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최선희 외무상과 함께 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등을 수행단에 포함시켰다. 또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태성 당 비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확보의 핵심 관계자인 김명식 해군사령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도 수행단으로 방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 거래와 관련해 주목되는 인물들이다.
일각에서는 북러 협력이 단순히 재래식 무기와 식량을 바꾸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6일(현지시간) 게재한 논평에서 "북ㆍ러 협력이 위성, 핵추진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 첨단 기술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인터뷰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게 되면 한국 입장에선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싶은 건 뭐든 줄 수 있다는 의미 아니냐"며 북러 무기거래 시 한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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