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세 번째 소집인데 경질론… 클린스만의 대표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문제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세 번째 소집, 단 5경기만 치렀는데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초반 행보는 다각도로 문제가 많다.
한국은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가진 평가전에서 웨일스와 0-0 무승부에 그쳤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5경기에서 3무 2패다. 다음 경기는 13일 뉴캐슬로 이동해 치르는 사우디아라비아전이다.
원정 무승부는 보통 나쁘지 않은 결과로 치부됨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더 심해진 건 팀 전술이나 선수 활용 면에서나 모두 실패한 경기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일스전 이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상세하게 밝혔지만 오히려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사우디전까지 무승이 이어지면 경질 가능성을 논하게 된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첫 번째 문제는 실적이다. 앞선 4경기는 모두 홈에서 치렀고 페루와 엘살바도르가 그리 껄끄러운 팀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무 2패에 그쳤다. 웨일스전까지 5경기에서 4득점 6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공격력이 크게 부족하다.
한국을 찾은 브라질의 전설적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는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하지 않는다는 논란에 대해 듣더니 "축구로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내용과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뚝심 있게 현재 체제를 밀어붙일 만한 요소가 있다면 지지할 수 있지만 하나씩 뜯어봐도 부정적인 요소가 쉽게 보인다. 먼저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철학이 보이지 않으므로 현재의 부진을 견뎌야 할 당위성이 떨어진다. A대표팀을 넘어 한국축구 전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철학을 추구했던 5년 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과는 달랐다. 원칙과 시스템을 통해 선발한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더 주면 한국축구에 필요한 특정 방향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다.
전술적 방향성이 없다는 것 역시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의 과거를 돌아보면 4-4-2 포메이션에 기반해 선수 기량에 맡기는 공격축구를 하던 대부분의 시기, 그리고 포메이션을 매 경기 바꾸다 일찍 사임한 헤르타BSC 시기의 전술 성향을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특정 전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인도 아니고, 우리 선수들에게 맞는 전술을 빠르게 찾아내는 유연한 전술가도 아니었다. 시간을 오래 줘도 현 선수단에 맞는 전술을 찾지 못할 인물이라면 인내를 갖기 힘들어진다.
장차 개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 즐비하다. 먼저 클린스만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관으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있지만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크다. 전임 신태용, 벤투 감독 및 김학범 U23 감독 시절에는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이 의견을 제시하며 견제 역할도 수행할 수 있었다.
여러 축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단계부터 권한을 거의 갖지 못했다. 협회 수뇌부가 직접 선임한 클린스만 감독이 조언을 듣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현재 포기한 상태에 가깝다. 전력강화위에서는 연령별 대표팀을 주로 다룰 뿐 A대표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으며 대표팀 내 인적 변화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클린스만과 뮐러의 모국 독일에서는 클럽과 대표팀을 막론하고 각 팀 단장이 감독을 견제하는 권력 분산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막상 한국에 와서는 이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느 감독이라면 인터뷰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지만 경기장에서 보여주지 못한 현재 대표팀은 말을 통해서 희망을 찾을 필요가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명단발표 기자회견 등 국내에서 벌어지는 인터뷰들은 생략한 대신 온라인 인터뷰, 영국 현지 인터뷰 등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는 긴 대화를 여러 번 자처했다. 하지만 대표팀 운영의 방향성과 자신의 전술에 대해 길게 설명해도 철학은 찾기 어렵다. 전술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축구의 일반론에 그치거나, 공격수 숫자에 따라 팀의 공격성을 따지는 피상적인 차원에서 그치곤 한다.
시기를 놓칠 경우 대표팀 전체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표팀이 한 번 하향세로 들어서면 반등할 모멘텀을 만들기는 힘들어진다. 경기 숫자가 적은 대표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표팀은 2011년 즈음부터 대표팀 감독을 여러 번 교체하면서도 답을 찾지 못했고 A대표팀의 혼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까지 길게 이어졌다.
감독이 초조해지면 팀 운영도 꼬인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클린스만 감독이 늦어지는 첫승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며 매 경기를 준비하고 라인업을 짤 때 매 경기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선수 실험의 폭이 좁아지고, 핵심 선수들이 친선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는 양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몸 상태가 좋을때는 늘 풀타임을 소화했고, 경기를 뛰기 힘든 컨디션이었다는 6월에도 선발돼 막판 교체투입 된 바 있다.
이 경우 유망주들을 기껏 선발하고도 제대로 기용하지 않은 채 소속팀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생긴다. 웨일스전 역시 선발부터 교체까지 가능한 최선의 멤버를 기용한 경기에 가까웠다.
이처럼 여러 겹으로 중첩돼 있는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팀 클린스만이 사우디전부터 반전을 이룰 가능성은 존재한다. 의외성은 스포츠의 기본 속성이다. 예상치 못한 선전에서 힌트를 얻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결 개선된 팀 운영을 보여준다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고, 5경기를 통해 코너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패착에서 벗어나 한결 나아진 지도력을 보여주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축구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풀지 않고 단칼에 내리쳐 끊어버리는 듯한 상황이 흔하다.
다만 최악의 경우에는 첫 승리를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개선이 되지 않으면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구도 역시 그려볼 수 있다. 이미 경기 내용과 본인 발언을 통해 철학이 부실하다는 점을 노출한 뒤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보다 근본적인 건 전임 전력강화위 시절 선임 시스템을 굳이 구축해 놓고 단 1기만에 무위로 돌려버린 축구협회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김판곤 위원장 시절의 전력강화위도 만능은 아니었다. 벤투 감독 역시 비판을 오래 받은 시기가 있었고, 현재 경기력이 불안한 황선홍 U23 감독 역시 김판곤 위원장 시절 선임했다. 다만 그때는 선임 이유에 대해 협회가 설명하고, 비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걸 넘어 성공과 실패의 이유에 대해 국민과 토론하고 더 나은 답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이상 나쁜 결과가 왜 나왔는지 협회 차원에서 고찰하고 반면교사로 기록해두기도 힘들어졌다. 시스템을 되돌리거나 새로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감독 경질 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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