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왕 예약한 SSG의 마지막 보루 서진용
SSG 랜더스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마지막 보루 서진용(31)이 있다. 구원왕을 사실상 예약한 서진용이 꿋꿋이 팀을 지킨다.
디펜딩 챔피언 SSG는 위기를 맞았다. 시즌 중반까지 LG 트윈스와 선두 다툼을 벌였지만 11일 현재 순위는 5위(62승 2무 54패)다. 8월 이후 승률 0.387에 그치면서 급하락했다.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2위 KT 위즈와는 2경기 차. 하지만 6위 두산 베어스와도 3게임 차에 불과해 가을 야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도 SSG엔 서진용이 있다. 개막 이후 무려 33번의 세이브 상황을 지켜냈다. 주자는 내보내도 언제나 막아내면서 뒷문을 단속했다. '미스터 제로'란 별명도 생겼다. 김원형 SSG 감독도 "진용이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드디어 서진용의 기록이 깨졌다. 지난달 27일 두산전에서 5-4로 앞선 9회 나와 동점을 허용했다. 시즌 첫 블론세이브. 다행히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고, SSG가 8-5로 이겨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지난 3일 KIA전에선 3점 차를 지켜내지 못하고 시즌 첫 패전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서진용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8-8로 맞선 연장 11회부터 등판해 2이닝 무실점했다. 승리도,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무승부를 이끌어내 KT와 격차가 벌어지는 걸 막았다. 이튿날엔 9회에 나와 6-5,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내면서 3연패 탈출에 기여했다. 올 시즌 최고 소방수다운 활약이었다.
전담 마무리 2년차인 서진용은 소방수의 숙명을 알고 있다. 그는 "아무리 잘 던지는 마무리도 블론세이브를 안 할 수는 없다. 솔직히 별 생각 없다. 경기를 지면 힘들지만, 큰 타격이 있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길게 끌고 가서 '오래 버텼다. 잘 해냈다'는 좋은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선발투수와 달리 불펜투수는 언제 던질지 모른다. 하지만 마무리는 다르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주로 나가기 때문에 보통 시점이 정해져 있다. 서진용은 안정적인 경기력 유지를 위해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서진용은 "평일 저녁 6시 30분 경기면, 4시에 항상 식사를 하고, 비타민을 챙겨먹는다. 팀 미팅이 없을 땐 4시 30분쯤 수면실로 가서 쉰다. 3회 정도 경기 상황을 지켜보다 마사지를 받는다. 특별한 운동보다는 몸을 많이 움직이고 캐치볼을 해서 근육을 풀어놓는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6회부터다. 튜빙과 스트레칭을 하면서 벤치의 지시를 기다린다. 투수코치 사인이 떨어지면 불펜투구를 한다. 서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은 8회 시작할 때쯤 불펜 마운드로 간다. 8회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 순서는 정신 무장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팬들이 이름을 외치거나 환호성을 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서진용은 마운드에 서는 순간 전의를 불태운다. 그는 "아무리 강한 타자라도 무조건 삼진을 잡는다는 생각만 하고 던진다"고 했다.
서진용의 주무기는 포크볼이다. 긴 손가락 덕분에 공을 잘 끼워던질 수 있다.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다가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한다. 상대로 뻔히 알지만 당할 수 밖에 없는 무기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칫 폭투가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으로 꿋꿋이 밀어부친다.
퇴근 이후 스케줄은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서진용은 "잘 던진 날은 그날 경기 영상을 본다. 안 좋았던 날은 안 본다. 정말 왜 안 좋았는지 문제를 찾으려 할 때만 확인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서진용은 사실상 구원왕을 예약했다. 세이브 2위 김원중(롯데 자이언츠·26개)과 9개 차이기 때문이다. 남은 도전은 2개다. 지금은 타자로 변신한 하재훈이 2019년 기록한 단일 시즌 구단 최다 세이브(36개), 그리고 KBO리그 통산 5명만 달성한 40세이브 고지다.
서진용은 "재훈이 형이 자기 기록을 깨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걸 들었다. 나도 꼭 깨고 싶다. 그리고 구원왕도 반드시 차지하고 싶다. 그러면 우리 팀이 많이 이기니까"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처음으로 가을 야구에서 뒷문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진용은 "지금도 항상 긴장하며 나선다. 큰 경기도 똑같다. 한 타자, 한 타자, 전력으로 상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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