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까지 섭렵…‘버추얼 아이돌’이 증명한 음악의 본질 [D:가요 뷰]

박정선 2023. 9. 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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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이 케이팝(K-POP)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으로 인간 아이돌 못지않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심지어 빌보드 차트에까지 이름을 올리면서 연예기획사는 물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넷마블과 같은 대형 IT 업체들도 잇따라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버추얼 아이돌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건 1998년이다. 당시 사이버 가수 아담이 활발히 활동했다. 다만 외형과 음성 모두 사람처럼 구현한 지금과는 수준 차가 컸기 때문에 하나의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가 시작된 건, 2021년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등장하면서다. 이세돌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스트리머이자 유튜버인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 프로젝트로 결성됐다. 실제 사람이 오디션을 보고, 이를 통해 6명 멤버가 뽑혔다.

이세돌은 데뷔와 동시에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지난달 발매된 최신 앨범 ‘키딩’도 멜론차트에서 발매 후 24시간 동안 100만 스트리밍 이상을 달성했다. 심지어 이 곡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스트리밍 700만회를 기록하면서 9월 1주차(8월27~9월2일) 글로벌 차트 167위로 진입했고, 케이팝 부문에선 3위까지 오르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케이팝 부문의 1위는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세븐’(Seven), 2위는 뉴진스의 ‘이티에이’(ETA)였다.

지난 3월엔 5인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도 데뷔했다. 춤과 노래, 작사와 작곡을 본체인 사람이 하고, 실제 사람의 움직임이 아바타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활동한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발매한 미니앨범 1집 ‘아스테룸: 더 셰이프 오브 띵스 투 컴’(ASTERUM: The Shape of to Come)의 타이틀곡 ‘여섯 번째 여름’으로 멜론 톱100 차트 71위까지 올라 이세돌에 이어 버추얼 아이돌 사상 두 번째로 톱100에 입성한 팀이 됐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인 매타버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기획해 지난 1월 선보인 걸그룹 메이브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곡 ‘판도라’의 유튜브 조회수는 공개 7개월 만에 2500만회를 넘겼다. 이 기간에 조회수 2500만회를 넘긴 아이돌은 블랙핑크, 르세라핌 등 일부 정상급 걸그룹 뿐이다. 또 다른 버추얼 아이돌 피버스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리버스’를 거쳐 결성된 그룹이다.

이처럼 버추얼 그룹이 잇따라 등장하고, 기록적인 성과들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무려 3년여간 지속된 팬데믹이 비대면 소통의 일상화를 부추겼고, 10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버튜버 시장도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과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음악’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지리스닝 곡들이 주목을 받는데, 이들 음악의 대부분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멜로디와 쉽고 가볍게 들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에 멈추지 않고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면서 본질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실제로 버추얼 아이돌의 음악과 그들이 꾸미는 무대를 기획하는 과정이 결코 인간 아이돌과 비교해도 짧지 않다. 현재까지도 버추얼 아이돌이 일반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인 음악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면서 “버추얼 휴먼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완성도 높은 음악과 무대가 더해진다면 버추얼 아이돌 시장도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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