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빌 게이츠 손절한 이유…"기후변화 맞선다며 테슬라 공매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관계가 틀어진 결정적 이유는 게이츠의 테슬라 공매도 투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사진 왼쪽)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일론 머스크(사진오른쪽)테슬라 최고경영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머스크의 전기를 쓴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1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일부 공개한 책의 발췌 내용에 따르면 머스크와 게이츠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해 3월 9일에 있었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게이츠가 머스크에게 자선 활동과 기후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연락을 취했으며 머스크가 이를 수락하면서 게이츠가 테슬라 공장을 방문해 만남을 가졌다.

아이작슨은 당시 머스크가 주식 매각에 따른 세금 문제로 자신이 설립한 자선기금에 57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기부하게 된 상황이라 이 소식을 들은 게이츠가 머스크에게 여러 제안을 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게이츠가 아들 로리를 스페이스X에 데려가는 등 두 사람은 몇 차례 교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게이츠가 이날 테슬라 공장에서 머스크를 만나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기부 활동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머스크는 "헛소리"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에 투자하면 기후변화 문제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머스크는 게이츠가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해 15억달러(약 1조9900억원)의 손실을 본 일을 언급하며 게이츠에게 왜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공매도 세력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게이츠는 머스크에게 사과를 했으나 머스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그가 며칠 뒤 자신에게 "어떻게 기후변화와 싸우는 데 열정적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일을 할 수 있냐"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쓰는 자동차 회사의 실패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순전히 위선"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게이츠는 몇 달 후에도 머스크에게 다시 기부 활동을 제안하는 자세한 문서를 써서 보냈지만, 머스크는 이에 "아직도 테슬라에 대해 5억달러(약 6600억원)의 매도(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느냐"며 날을 세웠다. 게이츠는 이에 "(공매도를) 아직 끝내지 못해 미안하다. 나는 기부활동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답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이같은 답변에 "당신이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회사인 테슬라에 대해 대규모 숏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관련 기부 활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후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트위터에 게이츠의 외모를 조롱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자신에게도 게이츠에 대한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통해 추진 중인 화성 이주 계획이나 인공지능(AI)에 대한 의견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이작슨에게 "머스크가 화성에 대한 생각을 내게 설명했는데, 기괴한 것이었다"며 머스크를 비판했다.

하지만 게이츠는 머스크에 비하면 그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는 테슬라 공장 방문 당시 머스크가 기계·공정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스페이스X 사업과 관련해서도 "스타링크는 내가 20년 전에 텔레데식(MS가 위성통신망 구축을 목표로 이동통신사 맥코우와 함께 설립했던 회사)으로 시도했던 것을 실현한 것"이라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아이작슨은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