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난도 높아진 시장…“개인 몰리고 공매도 잔고 많은 종목 피해야”
개인 순매수 집중 종목, 공매도 비중 큰 종목 변동성 커질 우려
강달러, 미·중 대립, 고유가 등으로 외국인 수급 동향도 불안정
강달러·고유가 등 부정적 투자환경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급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 수급 변동성을 초래하는 요인을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개인 순매수가 집중된 종목과 공매도 잔액이 늘어나는 종목 등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거래 비중은 평균 58.3%, 코스닥은 평균 80.1%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도력을 가진 수급 주체가 개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쏠림현상과 개별주 장세가 뚜렷했던 이유 역시 개인의 투자 비중 확대에 따른 결과 중 하나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개인의 매도 공세가 거세질 수 있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떠오를 변수는 바로 양도소득세 회피 목적의 개인 순매도"라면서 "올해 개인의 순매도에 따른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개인 순매수 상위 업종·종목 연말 변동성 커
2010년 이후 4분기 코스피의 개인 수급은 2018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모두 순매도였다. 2020년은 유동성 장세가 뚜렷했던 해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던 환경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개인은 매도세를 보인 셈이다. 노 연구원은 "2005년 이후 코스피 월평균 개인 순매수와 월간 누적 순매수를 고려했을 때 11월과 12월은 뚜렷한 매도세를 관찰할 수 있다"면서 "개인 순매수에 기대어 상승폭이 컸던 업종과 종목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흔들림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대로 수급 관점에서 개인의 순매도가 컸던 업종이나 종목이라면 수급 영향권에서 비켜 있을 수 있다.
개인의 순매수가 본격화했던 5월 말 이후 코스피의 누적 순매수와 업종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개인 순매수 비중이 크고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던 업종은 철강이다. 5월 말 이후 철강의 개인 누적 순매수와 수익률은 각각 5조5000억원, 41.4%다. 화학과 IT가전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에도 개인 순매수를 관찰할 수 있으나 업종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노 연구원은 "코스피에서 연말 개인 순매도에 따른 흔들림을 대비할 대상은 철강 업종 내 이차전지 밸류체인"이라면서 "반대로 반도체, 조선, 증권, 화장품은 5월 말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으나 개인 순매도 대상이었기 때문에 연말 순매도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에서는 IT가전,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미디어, 화학, 기계가 개인의 순매수 상위 업종군이다. 특히 IT가전, 화학, 기계 업종 수익률이 괄목할 정도로 높다는 점은 양도세 회피 목적의 순매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코스닥 내 반도체 종목군은 연초 이후 높은 수익률에도 개인의 수급은 오히려 순매도였다. 연말 양도세 회피 목적 개인 순매도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을 확률이 높다.
공매도 비중 확대 종목 경계감 필요
공매도도 수급 변동성의 주요한 변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방향성이 돈의 유출입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면서 "특히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종목의 경우에는 수급 동향이 매우 중요한데, 해당 지수에 속한 종목은 공매도 압력에도 노출돼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거나 거래대금에 비해 공매도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종목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에서 공매도 잔액 증가 상위 종목으로 한미사이언스, 현대로템, 강원랜드, 보령, GS리테일 등이 꼽혔다. 코스닥에서는 클래시스, 에코프로, 포스코DX, 동화기업, 선광 순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잔액 감소 상위 종목으로는 코스피에서 이마트, KCC, 두산밥캣, HL만도, 한솔케미칼 등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진테크, 에스엠, 파마리서치, 매일유업 등의 공매도 잔액 감소가 컸다.
수급 변동성을 좌우할 변수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의 주식 투자 환경에 기인한다. 최근 강달러와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다. 김대준 연구원은 "달러 강세는 글로벌 유동성을 미국으로 향하게 만들기 때문에 해외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증시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도 국내 증시에선 부정적인 이슈다. 유가는 통상 비용변수로 작용해서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가에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한다. 지정학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경제와 인접한 국가들의 불안한 움직임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 코스피가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김대준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큰 손'이라 볼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율 변화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매매 동향도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증시 수급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만약 사이즈가 큰 종목만을 본다면 공매도 강도가 크지 않으면서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주식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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